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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 팔아 쓴 포항·경북의 아름다움”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2-11-06 19:13 게재일 2022-11-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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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수필가 김순희<br/>여행 에세이 ‘포경선’ 출간<br/>여행객들에게 소개하기 좋은 곳 월별로 자세히 서술
김순희 수필가

“저만의 플레이리스트가 누군가의 눈에 가닿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유산록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포경선’ 이 책을 들고 찾아가면 포항의, 더 넓게는 경북의 아름다운 풍경을 딱 맞는 시간에 만날 수 있습니다.”

최근 여행 에세이 ‘포경선’을 펴낸 김순희 수필가. 그녀는 고래를 잡으려고 바다를 살피는 배처럼 포항과 경북의 아름다운 것을 발로 직접 찾아가서 썼다.


글을 쓰는 것에 진심인 작가는 삶의 터인 포항의 오래된 나무, 숲, 길, 탑, 물건들을 만져보고 냄새까지 느낌으로 적었다. 가까이 경주와 작가가 나고 자란 안동과 옆 동네 영양 같은, 포항에서 한 시간이면 닿는 곳으로 발품을 팔았다. 일 년 열두 달 매주 한 곳씩, 꽃이 환하게 피는 시절을 옮겨 적었다.


지난 5일 그녀를 만나 이번 에세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책이 2집이라고 하는데 등단 이력과 두 번째 책을 낸 소감을 듣고 싶다.


△글공부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춘문예에 수필이 당선되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너무 빨리 등단을 하게 돼 내 글의 색깔을 갖기 위해 그때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세 분의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10년을 습작하는 시간으로 채웠다. 매일 5매 이상의 글을 쓰려고 나와 약속을 하고 일기처럼 3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업데이트했다. 그제야 조금 글이 무엇인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때 즈음 10년간 쓴 글을 묶어 첫 번째 책 ‘작가와 비작가’를 출판했다. 그러고 6년 만에 2집을 손에 들었다. 두 권의 책이 자식 같아서 아들 둘에 이어 자식이 넷이 된 기분이다.


-책의 주된 소재와 마음에 드는 한편을 소개한다면.


△‘포경선’은 여행기이다. 다른 지역에 사는 이들이 포항을 비롯한 경북으로 여행을 올 때 소개하기 좋은 곳을 날짜에 딱 맞도록 서술했다. 1월에 고향 사람들이 먹었던 안동식혜와 난젓, 2월엔 학창시절부터 문턱을 넘나들었던 카페와 레코드가게가 아직도 살아서 향기를 품는 곳을 안내한다. 3월엔 눈 밝은 사진작가들만이 알고 지내던 꽃내의 산수유 군락지와 쑥이 지키는 왕릉의 봄소식도 자세히 기록했다. 봄부터 겨울까지 어느 동네에 무슨 꽃이 피는지 그 꽃이 지키는 문화재는 무엇인지 가이드해준다. 포항에 오래 산 토박이도 다 알지 못하는 골짜기와 트레킹 코스, 소나무 숲에 흐르는 시인의 연애 이야기를 밝혀놓았고, 용이 하필 동해에 많이 사는지도 주절주절 들려준다. 귀한 주상절리가 잘려나가 고향 앞바다를 메우고, 동네 담장이 되어도 아무도 모르는 우리들의 잘못도 반성하고 무엇을 오래 간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기도 한다. 바라기는 이 책이 널리 읽혀 포항 발산리 모감주 군락지까지 가로수가 노랗게 변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


-책을 읽고 주변의 반응, 평론가들이나 작가들은 어떻게 평가하나.


△책을 처음 받아들면 표지가 마음에 든다고 입을 모은다. 책의 기획부터 표지 디자인과 편집의 처음과 끝을 작가 자신이 했다고 하니 더 놀라워 한다. 특히 책 내용에 딱 맞는 삽화를 넣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 책의 품격이 한 단계 올라갔다고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그림 한 장 한 장 애써 그려주신 박하원 선생님께 특히 감사드린다. 출판기념회에 오신 분들이 박하원 선생님의 사인을 따로 받으려고 줄을 서기도 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사이사이 들어간 흑백 사진은 사진작가 박영희 님의 사진이다. 분위기 있는 사진이 글과 너무나 잘 어울려 금상첨화였다. 또한 책을 읽고는 다정하게 길을 안내해주는 글이라 책 속의 그곳을 따라가 보았다고도 전해 흐뭇한 마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힘든 시대를 보내고 있다. 문학이 작가에게 무엇인가.


△책을 읽는 것은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이전에 해외여행을 주로 하다가 하늘길이 막히자 책을 읽으며 많은 시간을 위로받았다. 그러다가 조금씩 국내 위주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나 역시 소규모 여행을 주로 했다. 그런 시간이 쌓이면서 내 고장의 아름다움을 더 발견했다. 칠포 해변에 앉아 고전을 읽고, 지인들과 북천수 그늘에서 시를 읊었다. 문학이 자연과의 협주로 삶을 풍요롭게 한다.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고 한다. 포항 경북의 아름다움이라는 책을 발로 읽었다. 포항이 내겐 문학이다.


-앞으로 계획하는 것이나 바람이 있다면.


△누군가 말했다.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작가라고. 매일 5매씩 글을 쓰던 초심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게 목표다. 오래된 일기를 들춰보면 그날의 그 시간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만든다. 내 글이 나와 지인들을 늘 여행하게 만들도록 오늘도 글을 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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