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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성영화제

등록일 2022-11-06 17:48 게재일 2022-11-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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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2012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열한 번째를 맞은 ‘대구 여성영화제’가 지난 11월 3일부터 5일까지 열렸다. “우리는 거침없이 나아간다”는 표어를 내건 주최측의 주장이 마음에 닿는다.

‘여성과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대해 영화로 이야기하고 연대하고자 합니다.’ 성소수자와 미혼모, 트랜스젠더, 딸을 잃어버린 어머니, 일자리 구하는 청소년, 갈등하고 대립하는 모녀,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앞다투어 상영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과 소수자의 입지는 제대로 마련된 적이 없다. 대규모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梨泰院)의 옛 이름 가운데 하나가 동명(同名)의 이태원(異胎院)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임진왜란 당시 왜놈들에게 겁탈당하고 그들의 씨를 가진 여성들이 모여 살았다는 곳 이태원! 임란 이후 불과 38년 만에 당한 병자호란 대참사의 희생자인 환향녀(還鄕女)들이 호로자식(胡虜子息)들과 함께 거주한 곳 이태원! 한 서린 여인들의 보금자리 이태원!

여성의 시련은 12,000년 전 형성된 홀로세의 기후 조건에서 10,000년 전 시작된 농업혁명이 시발점이다. 농경과 목축의 계급사회에서 사회·경제적 지위 하락을 경험해야 했던 여성들이 처음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 후반의 일이다. 그 후 여성들의 권리 찾기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일정하게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여성의 지위는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여성과 함께 고통을 감내하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적잖게 자리하고 있음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대구 여성영화제’가 여성과 소수자들에게 초점(焦點)을 맞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11년을 지나오면서 영화제를 추진해온 담당자들이 계속 겪어야 했고 겪고 있는 대구시의 무관심과 냉담함이다.

문화관광 부서에 가서 재정문제와 홍보를 말하면 그들은 여성 관련 부서로 가라고 한다. 여성 관련 부서에 가서 지원을 호소하면 문화관광으로 가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11년을 넘어섰다. ‘컬러풀’도 모자라 ‘파워풀’을 내건 대구시장들의 문화적 문맹과 정치적 맹목은 날이 갈수록 극심하다. 아직도 토건에 목을 매는 그들의 근시안적인 행정은 21세기 세계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대구시장은 ‘금호강 르네상스’라는 구호와 더불어 5천400억을 들여 강바닥을 할퀴고 자전거길을 내고 각종 오락 시설을 만들겠다고 한다. 단군 이래 가장 악질적인 4대강 사업의 아류이자 판박이로 대구시의 재정을 고갈하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5천400억을 들여 시민들의 눈에 훤히 보이는 성과를 바탕으로 그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삼척동자도 알지 않을까?!

열렬 여성들이 11년째 열고 있는 ‘대구 여성영화제’에 최소한도의 재정적인 지원과 인간적인 예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21세기 세계는 이른바 시멘트 콘크리트의 하드웨어가 아니라 문화와 예술의 소프트웨어가 좌지우지한다. 그 점 명징하게 이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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