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제6회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대상 수상 수필가 홍윤선<br/>균열 자각한 사람만이 변화 찾는다고 생각<br/>글쓰기는 결국 누군가를 이해해가는 과정
지난달 31일 발표된 포항시 주최, 경북매일신문 주관의 ‘제6회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홍윤선(51·경남 김해시) 수필가는 이날 가진 인터뷰에서 수상작 ‘쇠물고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쇠물고기’는 바닥까지 내려갔던 사람이 무너지지 않고 자기 걸음과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내 나아감으로 세상을 경계하게 만드는 풍경 같은 울림을 들려준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다.
-쇠물고기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이나 행해오던 관습대로 살아가면 익숙하고 쉽다. 그 속에서 뼈와 살이 녹도록 애써보아도 변화가 없다면 일상은 무너진다. 균열을 자각한 사람만이 변화를 찾는다고 생각한다. 바다나 강에 있어야 마땅할 물고기가 하늘 자락을 누비는 풍경을 보고 상상했다. 수평선 끝까지 가본 물고기일 것이라고. 쇠물고기의 도약은 박수받아야 할 일이라고 여겼다.
-‘쇠물고기’를 쓰는 과정은 어땠는가.
△집에도 인테리어용 풍경이 현관문에 걸려있었다. 소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나 긴 시간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 금이 간 소리마저 익숙해져 버렸다. 산청 수선사에서 청아한 풍경 소리가 바람을 타고 귓전에 울렸을 때 집에 있던 풍경이 떠올라 울컥했다. 돌아와 동네를 둘러보니 주택가 처마에 풍경이 제법 보였다. 곳곳에 작지만 제 목소리를 내는 풍경과 쇠물고기가 있었다.
-홍윤선 수필가에게 철이란 어떤 소재인가.
△청동기 시대 이후 우리는 지금까지 철기 시대를 살아간다. 철이라는 광물이 어디에나 있고 저렴하니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하니 피눈물이 섞인 다이아몬드처럼 누군가 독점할 일도 없다. 굉장히 수평적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스틸에세이를 응모하기 위해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철의 산화 환원 반응이 낡아지고 거듭나는 우리네 인생과도 닮았다고 느꼈다.
-좋은 산문은 무엇일까.
△개인적인 취향인데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글을 좋아한다. 다음 장을 넘기지 못하게 시선을 붙잡는 문장이 있다. 몰랐던 어휘를 보거나, 생각을 깨우는 문장을 만나면 글 속에 빠져 흠뻑 젖는다. 그러고 나면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문학작품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문학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읽고, 쓰는 작업 또한 결국 누군가를 이해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팩트만으로는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인간의 입체적이고 다면적인 모습을 문학이라는 렌즈를 끼면 들여다볼 수 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도 전후를 알게 되면 적어도 사람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게 되니까. 어쩌면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일일 수도 있겠다.
-앞으로 바람이나 계획이 있다면.
△독서· 논술 지도를 하고 있다. 아침에 눈 뜨면 종이신문을 보고 책을 읽으며 수업을 준비하고 저녁에는 글을 쓰려고 한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와 단조로운 일상 안에 자신을 이루는 근간이 되는 평면적이지 않은 마음에 대해 쓰고 싶다. 나의 사사로운 이야기가 누군가를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 내가 타인의 글을 읽고 그랬던 것처럼.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