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볼(손가락을 씻는 작은 물그릇)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중국 고위 관리들을 초대하여 정찬(正餐)을 나눌 때이다. 서양식 식사법에 익숙하지 않았던 손님들은 핑거볼에 담긴 물이 손 닦는 물인지 모르고 마시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이때 여왕은 손님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자신도 그 물을 마셨던 것이다. 이 사건은 지금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상징하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나중에 엘리자베스 여왕의 배려 행동에 대해 듣고는 중국 고위 관리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배려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중요한 덕목이라 하겠다.
배려하는 삶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듣고 배우지만 막상 몸소 실천하기는 쉽지가 않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의식적인 또다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각만 가지고는 어렵다. 특히 복잡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현재 시점에 서로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더욱 절실한 때라고 본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기업 경영에서 ‘배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배려에 대해 LG그룹의 임원 교육 내용을 보면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바로 배려라고 했다. 배려의 출발점은 높은 사람일수록 먼저 눈높이를 맞춰야 하고, ‘임원이 먼저 부하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사가 개인적인 상황에 대해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면 감사한 마음이 들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더욱 일에 몰입하게 된다는 논리다.
혼다클리오 자동차 대리점 화장실에는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 사례가 곳곳에 있다. 어항을 아름답게 꾸며서 분주한 세상을 잠시 잊도록 한 사례, 정성스럽게 포장된 기저귀가 있어서 드물지만 꼭 필요한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사례 등으로 일본 내 고객 만족도 1등 기업이 되기도 했다.
사장은 ‘화장실은 그냥 볼일 보는 곳이면 되지’라는 생각을 한다면 서비스 산업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세심한 배려없이 마케팅을 하지 마라. 서비스 산업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런 것까지 신경 쓰다니’라는 마음이 드는 순간 고객은 감동과 감사의 마음을 느끼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인간관계의 최고의 책으로 꼽히는 논어(論語)에 보면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며, 아무리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깨지지 않고 하나가 되며, 장애물을 굽히고 적응함으로써 결국 바다에 이른다. 물처럼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것을 배우라고 했다.
이번 칼럼에서 배려와 관련하여 직장 상사의 행동은 드라마틱하고 영웅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성공한 리더가 되는 길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비스 경쟁력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에 물처럼 세심한 배려로 성공하는 리더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