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 멋대로 쓰는 자 엄단”<br/> 민감 현안 이례적 고강도 발언<br/> 文 정권 겨냥 수사 강조 모양새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 문답에서 “어려운 분을 돕는 복지에 쓰여야 할 혈세가 이권 카르텔의 비리에 사용됐다는 것이 참 개탄스럽다”며 “법에 위반되는 부분들은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에 의해 처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은 지난 13일 전력산업기반기금 12조 원 중 2조1천억 원에 대한 표본조사를 한 결과 위법·부당 사례 2천267건(2천616억 원 규모)을 적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윤 대통령이 “개탄스럽다”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실제 최근 현장 행보에 집중하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현안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경제와 민생이 우선”이라며 즉답을 피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를 사전 보고받은 자리에서도 “국민 세금을 멋대로 쓰는 자들을 엄단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양광은 탈원전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 에너지정책의 핵심으로 손꼽힌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가 이념적인 탈원전 기조 아래 신재생에너지를 대신 내세웠고, 그 과정에서 일부 인사에게 태양광 사업의 특혜를 제공했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전략산업기반기금 12조 원 중 2조1천억 원에 대한 표본조사 단계에서부터 수천억 원대 비리 사례가 적발되면서 이러한 의구심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판단한 셈이다.
다만 전 정권의 비리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강조한 메시지로 비쳐질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태양광 사업 특혜와 관련, 구여권의 유력 인사들을 지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과 정부 모두 전 정권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정치 공세의 빌미는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분위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무조정실 조사에 대해 “이미 작년인가부터 시작됐다”며 “누구를 처벌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도 같은 것을 잘 바꿔도 되겠다 하는 차원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태양광 사업 등과 관련해 죄가 있는지를 포함해 전반적인 것을 사법적 시스템에 맡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