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의총 비대위 결론 일관되게 반대… 가처분 또 인용 땐 대혼란”<br/>지도부, 8일 비대위 출범 추진… 일각 權·李 동반사퇴 시나리오도
국민의힘이 당헌·당규 개정과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 비대위 구성을 두고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전국위 소집에 응하지 않았던 국민의힘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이 31일 사퇴를 선언하면서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금 이 시간부로 전국위 의장직을 내려놓는다”며 “전국위 의장직을 내려놓는다는 상임전국위 의장과 전당대회 의장까지도 내려놓는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서 의원은 “그동안 일관되게 ‘우리 지도부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비대위로 가면 안된다. 새 원내대표를 뽑아 직무대행 체제로 가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제 의원총회에서 비대위로 가는 결론이 났다”며 “어떻게 하면 제 소신과 생각을 지키면서도 당에 불편을 주거나 당 지도부가 가는 방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고심한 끝에 직을 내려놓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서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비대위 자체에 대해, 비대위원 한 분 한 분에 대해 (효력·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그 결론도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과 똑같은 결론이 나지 않을까”라며 “저는 똑같은 잘못을 두 번 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새 비대위에 대해) 또다시 가처분이 인용되면 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그걸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의 비대위 출범 과정에 대해 서 의원은 “전국위 의장 궐위시에는 부의장에게 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니 일이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전국위 소집 권한은 부의장에게 넘겨 비대위 출범 자체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서 의장 사퇴로 전국위 소집과 사회권은 당헌·당규에 따라 부의장 중 연장자인 국민의힘 윤두현(경산) 의원이 이어받게 됐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오는 5일까지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새 비대위 출범의 1차 관문인 당헌·당규 개정부터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헌·당규상 상임전국위는 위원 4분의 1 찬성으로 소집 요구가 들어오면 상임전국위를 열게 돼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2일 상임전국위를 연 뒤, 곧바로 전국위 소집 공고 절차에 들어가 다음달 5일 전국위에서 당헌·당규 개정 절차를 최종 완료하고, 8일 비대위를 출범시킨다는 구상이다.
당헌·당규 개정이 완료되면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지명 절차로 이어진다. 당 안팎에서는 법원의 결정으로 직무가 정지된 주호영(대구 수성갑) 비대위원장이 또 다시 비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새 비대위가 안착하기까지는 곳곳에 암초가 도사린다. 의총에서 새 비대위 출범을 박수로 추인했지만 당내 반대 여론이 적잖다. 게다가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과 맞물려 이준석 전 대표와 권 원내대표의 동반사퇴 시나리오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권 원내대표 사퇴 후 새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맡은 뒤 이 전 대표가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 비대위로 이 전 대표의 복귀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보다는 ‘이준석·권성동’ 동반사퇴로 양쪽 모두에게 명분 있는 퇴로를 열어주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정미경 전 최고위원은 “이 전 대표와 제주도에서 둘이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며 이 전 대표에게 가처분 신청을 만류했다”며 “이 전 대표는 가처분 인용 시 자진사퇴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물론 가처분 이후 저자들이 처신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다른 방향성도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지금 방향성을 보면 정 전 최고위원이 언급한 8월 초의 낭만 섞인 결말은 말 그대로 가능성이 없다”며 동반사퇴론에 선을 그었다.
이와 맞물려 권성동 원내대표에 대한 거취 압박도 거세다. 조경태 의원은 “권 원내대표가 (거취를) ‘자신이 결정한다’는 표현을 하더라. 그게 사퇴인지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며 “이게 사퇴인지 아닌지 좀 정확하게 얘기해줬으면 좋겠다는 표현을 한 의원도 (어제 의총에서) 계셨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