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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면 ‘광복축구’ 성황리 개최

이순영 시민기자
등록일 2022-08-30 18:04 게재일 2022-08-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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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3년 만에 행사 재개<br/>1947년 시작돼 세월 흐르면서<br/>윷놀이·팔씨름 대회 풍성해져<br/>올해 토성2리 축구 우승컵 들어
‘광복축구’ 우승을 한 포항시 북구 신광면 토성2리 주민들의 기념촬영 모습.

지난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 동안 포항시 북구 신광면 신광중학교 운동장에서 광복 제77주년을 기념하는 ‘광복축구’가 성황리에 열렸다.

신광면 ‘광복축구’는 1947년 8월 15일에 시작되었다. 나무로 골대를 만들고 짚을 엮어 만든 새끼로 골네트를 설치하고, 머리에는 흰색 띠를 두르고, 흰색 바지·저고리를 입고 짚으로 만든 공을 찼다. 한국전쟁으로 일시 중단되었다가 1954년 광복절, 다시 모여 1979년까지 공차기는 이어졌다. 그러나 1980년과 1981년 극심한 가뭄과 냉해로 개최하지 못했다. 1982년 다시 시작하여 2019년까지 운동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2019년 8월 15일 개최한 후 3년 만에 다시 모였다. 회(會)가 거듭되면서 올해는 제69회 면민친선축구대회·제25회 윷놀이대회·제14회 팔씨름대회로 더욱 풍성해졌다.


축구는 토성2리 외 20개 마을에서 출전하여 토성2리와 만석2리가 결승전을 겨루어 토성2리가 우승했다. 윷놀이는 냉수1리 외 21개 마을에서 출전하여 만석2리와 우각1리가 겨루어 우각1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팔씨름은 상읍1리 외 21개 마을에서 출전하여 만석2리가 우승을 거두었다. 시상식을 마친 후 ‘고고장구’로 시작된 신명 난 무대가 이어졌으며 초대가수와 무용단들이 흥을 돋우었다. 노래자랑은 16명의 참가자 중 고운 옷을 차려입고 ‘꽃 타령’을 맛깔스럽게 부른 상읍2리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틈틈이 행운권추첨으로 참가자들을 설레게 했다. 행운권 당첨선물은 TV·전동예초기·농약뿌리는 전동분무기·김치냉장고·선풍기들로 다양했다. 실제로 농촌에서 꼭 필요한 물건들이었다. 선물을 받은 사람들도 받지 못한 사람들도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며 흥겨운 마당이었다. 빼앗긴 내 땅을, 내 나라를 찾았으니 그날도 오늘처럼 흙을 만지며 통곡하듯 노래 부르고 춤추었으리라.


지난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 동안 포항시 북구 신광면 신광중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신광면민 축구대회 모습.
지난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 동안 포항시 북구 신광면 신광중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신광면민 축구대회 모습.

해마다 광복절이면 타지에 있는 사람들도 고향으로 와서 선조들이 그랬듯이 광복의 기쁨을 나누며 한마당 축제를 펼친다. 무더위와 가뭄이 이어진 가운데 축제장은 신명으로 가득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고향 어르신들과 이웃의 안부도 묻고, 어릴 적 동무들도 만나 목청껏 소리 지르며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뛰고 응원했다. 연로하신 분들도 보행보조기를 밀고 나와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운동장에서 이들을 바라보며 흐뭇해했다.

모든 경기에서 승리와 패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4강에 진출하는 마을마다 상품은 돼지 1마리씩 주어진다. 설령 4강에 진출하지 못한 마을일지라도 상품을 받은 마을에서 나누어주니 신광면 전체가 잔치다.


다만, 공을 차는 경기장은 먼지 풀풀 나는 흙 운동장이었다. 선수들이 달리면서 넘어질 때마다 먼지가 뽀얗게 일어났다. 수년 전에는 학교운동장에 우레탄이 깔려있었으나 환경문제가 있어 걷어 낸 후, 흙 운동장 그대로라고 한다. 국내에서 광복절 축구를 지금까지 이어오는 곳은 유일할 것이다. 광복, 그날의 함성을 기억하며 마음껏 공도 차고 지역민들이 축제를 펼칠 수 있는 운동장 건립이 면민들의 숙원이라고 했다. 포항시 북구 신광면민들의 ‘광복축구’는 대대손손 이어지리라 믿는다.


/이순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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