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티컬 리미트’는 K2 등정에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생생하게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들의 좌절과 승리를 보여주는 이런 소재의 영화들은 생각보다 꽤 많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인간승리를 그린 실화 바탕의 영화 ‘히말라야’도 그중의 하나이다.
K2는 히말라야의 8천 미터 급 봉우리 중에 하나이며, 에베레스트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자주 인광을 형형하게 발하는 설원과 깍아지른듯한 겨울 빙벽을 비춘다. 그 겨울 빙벽에 자일로 이어져 매달려 있는 사람들. 산소 부족과 호흡곤란,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뇌에 물이 차는 현상으로 두뇌가 활동이 느려지면서 인지하고 판단하는 데 지장을 받는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맞부딪히게 되는 자연과 일대 일로 붙는 처절한 극한의 싸움, 눈보라처럼 호되게 내려치는 그 도저한 정신을 보며 함께 고난을 극복하며 산의 정상을 공격하는 스토리의 주인공인 양 감동을 느끼지만 안전이란 관점에서 영화를 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상이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등반을 강행하는 이들에게 눈 폭풍이 덮치고 속수무책이 된 채로 희생되는 결과는 절차와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불안전한 행동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2017년 964명에서 2021년 828명으로 줄어들고 있다지만 하루 2.3명이나 되는 소중한 생명이 안타깝게 희생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는 위험을 무릅쓰고 일궈낸 기적 같은 감동이 아닌 철저히 기본을 지키고 위험을 보는 눈으로 불안전한 상태를 없애고 안전한 행동을 체질화하여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법’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언론에서도 사고나 안전상의 문제를 연일 크게 보도하고 있고 배달 오토바이 사고로 희생된 가장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헬멧을 쓰지 않은 문제점을 제기해도 여전히 거리에는 헬멧을 쓰지 않거나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안전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나한테는 사고가 비켜 간다는 생각? 아니다. 시각적으로 또는 청각으로 받아들이는 위험이 손끝이나 발끝으로 즉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자동차도 안전벨트와 에어백 등으로 사람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전략에서 사전에 설정한 차간 거리를 유지하고 도로의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완전히 제로화 시키는 데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사람이 ‘불안전한 행동’을 하며 얻는 이익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표준을 생략하여 작업이 단축되었다던가 돌아가지 않고 무단 횡단하여 약속시간에 늦지 않았다던가 헬멧을 쓰지 않아 땀을 덜 흘렸던 보상이라 여겨졌던 기억들로 인해 ‘불안전한 행동’이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산업재해 통계가 여지없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