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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과 단순

등록일 2022-06-23 18:04 게재일 2022-06-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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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세상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진다. 자연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인간사회가 그렇다는 얘기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어 급격히 발전하는 기계문명에 따라 삶의 양식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왔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편리해졌다고 하지만 그만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정보화시대에 들어선 지금, 노년층 서민들은 각종 생활의 정보나 기기들을 따라잡기에도 벅찬 형편이다. 그런 생활양식의 변화는 그대로 사람들의 심리나 사고에도 반영이 되어서 정신적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복잡계(複雜系) 이론이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산타페연구소의 브라이언 아서 교수는 “복잡계란 무수한 요소가 상호간섭해서 어떤 패턴을 형성하거나, 예상외의 성질을 나타내거나, 각 패턴이 각 요소 자체에 되먹임(Feedback) 되는 시스템이다”라고 정의했다. 예일대학의 제롬 L. 싱어 교수도 “복잡계란 상호 작용하는 수많은 행위자를 가지고 있어 그들의 행동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만 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행동은 비선형(Nonlinear)적이어서 개별요소들의 행동을 단순히 합해서는 유도해낼 수 없다”고 했다. 한 마디로 세상은 물리적 현상이나 사회적 현상이나 너무 복잡해서 방정식이나 간단한 논리체계로 환원시킬 수 없다는 얘기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온갖 현상들은 그야말로 복잡계로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특히나 지난 수 년 동안 우리나라에 있었던 정치적 난맥상과 그에 따른 민심의 동요는 어떤 논리나 이론으로도 명쾌한 해석이 될 것 같지 않다. 하나의 사건이나 사안을 두고도 편을 갈라 정반대 논리와 주장으로 극렬하게 대립하는 것은 합리적 판단을 불가능하게 하는 혼란일 수밖에 없다. 특히 그릇된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무리들은 난동이랄 수밖에 없는 집단행동으로 나라 기강을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인간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복잡성은 결국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인류도 본질적으로는 단순소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의 한 종이라는 사실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보듯이 복잡한 사회를 떠나서 지극히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을 하면서도 오히려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게 사람이라는 것이다. 인간사회의 복잡성은 인위의 산물이며, 그것이 필연적이거나 최선의 선택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려서 돌이킬 수야 없지만 반성과 활로의 모색까지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해도 성인들이 제시하는 삶의 진리는 간단명료하다. ‘네 이웃을 사랑하기를 네 몸같이 하라’는 예수의 말씀이 그렇고, ‘네가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공자의 말씀도 다르지 않다. 불교의 팔정도나 유교의 인의예지가 다 단순하고 명쾌하다. 세상이 아무리 변할지라도 이것이 인간사 모든 문제의 열쇠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온갖 혹세무민하는 요설과 선동에 미혹하지 않을 분별도 거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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