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친모 징역 8년 파기환송<br/>“바뀌치기 의문… 추가심리 필요”<br/>
유전자 검사 결과로 원래 외할머니인 줄 알았던 피고인이 사실은 숨진 여아의 친모라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피고인이 산부인과에서 아이 바꿔치기를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 약취(납치)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모(49)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유전자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대상은 이 사건 여아(사망 여아)를 피고인의 친자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피해자(납치 여아)를 이 사건 여아와 바꾸는 방법으로 약취했다는 사실이 아니다”며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에 대해 추가적인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유전자 감정 결과만으로 미성년자 약취라는 쟁점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양태)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유전자 검사 결과의 증명력을 그 증명 대상을 넘어 사실관계에까지 적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별도의 사실관계인 쟁점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형사증거법의 일반적 법리에 따라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에서 사건이 파기 환송됨에 동시에 ‘사라진 여아찾기’는 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사건은 지난해 2월 10일 구미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데서 시작됐다.
당초 아동학대 사건으로 알려졌다가 유전자 검사에서 친모로 알려진 석씨 딸 김씨가 숨진 여아 언니이고, 외할머니로 알려진 석씨가 친모로 밝혀지면서 석씨는 같은 해 4월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1, 2심 재판부는 석씨에 대해 아이 바꿔치기 혐의는 물론 여아 시신을 은닉하려 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
석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석씨가 출산 직후 바꿔치기 한 혐의를 받는 석씨 딸 소생 여아의 행방도 아직 묘연하다. 경찰은 영유아 위탁 기관 등 사라진 여야가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 대대적인 탐문 조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사건 발생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단서가 나오지 않으면서 사라진 여아 찾기 또한 미제사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라진 아이의 소재 파악을 포기하지는 않았다”며 “시민 제보와 함께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