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장기면 죽정리 위치<br/>태봉 보러 하루 수백명 등산에<br/>대형견 노출…사고·훼손 우려<br/>황인 향토사학자 등 관리 지적<br/>향토 문화유산 보호 대책 절실
신라시대 왕자의 태가 묻힌 태봉이 있는 유적지가 시 당국의 관심이 닿지 않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인 향토사학자 등에 따르면 포항시 남구 장기면 죽정리에 자리한 태봉산(胎封山)은 신라시대 왕자의 태가 묻힌 곳으로 여러 자료에도 기록으로 남아있는 향토 문화유산이다. 또 조선시대에는 붓을 닮았다 하여 문필봉(文筆峰)이라고도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등산객이 태봉을 보기 위해 이 산을 올랐는데 최근에는 산 입구에 사나운 대형견들을 풀어 놓아 산을 오르지 못하고 있는 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태봉산을 오르고 있다는 전모 씨(53·포항시 남구 동해면 조항산길 12-4)는 “목줄도 없는 사람 키만 한 대형견들이 산에 오르려는 저에게 달려들어 혼쭐이 났다. 많은 사람이 문화재로 지정된 줄 알고 이곳을 찾고 있는데 문화재로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빠른 시일 안에 향토문화 유산으로 지정하는 등 시 차원의 빠른 대책으로 짐승들의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인 향토사학자는 “얼마 전 이곳에 들렀더니 동네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누군가 개를 풀어놓아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아무도 태봉산에 오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태봉산은 신라시대 왕자의 태가 묻힌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조선환여승람과 일월향지 등 여러 자료에 신라 때 왕자의 태(胎)를 여기 봉했으므로 태봉(胎封)이라 이름하였다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하여 안내판이라도 세우고 더 이상 훼손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강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한편, 왕실의 태실문화는 서양은 물론 인근의 중국, 일본 등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유산이다.
예로부터 태는 생명을 부여한 근원으로 함부로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보관했다. 특히 왕실에서는 아이가 새로 태어나면 태반(胎盤)은 깨끗이 세척한 후 전국에서 길지(吉地)를 골라 이를 묻는 안태의식을 거행했다. 이렇게 왕실에서 태를 봉안한 곳을 태실(胎室)이라 하며, 나중에 왕위에 오른 왕자의 태실을 태봉(胎峰)이라 하고 이렇게 가봉(加封)하는 것을 태봉(胎封)이라고 하는 독특한 출생 의례(儀禮)를 유지해 왔다고 전해진다.
이에 지난 4월 경북도를 비롯한 3개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조선왕조 태실유적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나섰다.
생명존중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구현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