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표 확정에 국힘 독주 분위기<br/> 洪·李 후보 느긋한 선거전 양상에<br/> 주호영 “설렁설렁 말고 최선을…”
대구·경북지역의 6·1 지방선거 출마자의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역대 최고로 무게 중심이 기울어진 광역단체장 선거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 단체장의 경우 국민의 힘 독주 분위기에 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후보를 냈지만, 상당수 후보가 체급에서 이미 밀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워야할 상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들은 비교적 여유 있는 선거운동을 하는 반면, 민주당과 다른 정당 후보들은 지역 내 고정표를 확인하는 선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 선대위 발족식에서조차 영향력이 있는 인사인 김부겸 전 총리나 홍의락 전 대구시 부시장 등의 면면을 확인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면서 전적으로 후보 개인기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또 군소 정당 후보의 경우 당선보다는 당의 존재를 알리는 데 주력하면서 광역·기초 비례대표 확보를 위한 출마에 가깝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선거 분위기로 인해 국민의힘 대구시장 홍준표 후보와 경북도지사 이철우 후보 등은 편안한 선거전을 치르는 모습을 보여 대조적이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양 단체장이 모두 당선 안정권에 속한다는 분석과 함께 너무 여유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선거캠프 역시 다선 국회의원 출신이나 지역내 영향력 있는 인사의 선대위 포함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느긋한 선거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캠프도 비교적 검소하게 꾸리고 있고 선거운동도 표나게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구·경북이 보수 텃밭인데다 윤석열 정부 탄생의 주역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처럼 너무 여유로운 지방선거전은 자칫 풀린 긴장감으로 인해 오만하게 비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역대 선거에서 느슨한 캠프 분위기는 후보자의 사소한 실수나 SNS를 중심으로 한 구설 등으로 이어져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판단했다가 의도치 않은 사건으로 선거판 자체가 뒤집어 지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런 선거전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열린 국민의힘 대구시당 선대위 발족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노출됐다.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갑)은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 대구가 국민의힘 지지율이 압도적인 곳이니 설렁설렁해도 되겠다는 생각은 말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지역 일각에서는 아무리 체급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교만스런 느낌을 주는 순간 중도층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는만큼 과거 자민련 사례에서 보듯 방심은 금물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자민련 바람이 부는데도 불구, 당시 신한국당이 이미 잡아 논 물고기라고 방심하다가 대구 13석 중 8석을 빼앗기는 참패를 당했었다. 물론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지만 광역단체장 후보들부터 마음을 다잡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대구·경북지역은 보수정당 지지세가 강한 상황이지만, 너무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상대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며 “같은 보수 성향의 무소속 인사와 과거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을 중심으로 역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