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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사과꽃길에서 봄을 만나다

류중천 시민기자
등록일 2022-05-01 19:56 게재일 2022-05-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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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씨버선길 9길 춘향목 솔향길<br/>춘양장·고택 등 즐길거리 가득
솔향길 산책에서 만난 아름다운 봄꽃.
눈앞에 보이는 자연을 누군가와 함께 보고 느끼면 얼마나 좋을까. 시원한 바람과 파릇파릇한 연둣빛 자연, 이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됐다.사과꽃 피는 들녘, 맑은 개천이 흐르는 봉화 솔향길에서 봄을 만나러 걸어본다.

실핏줄처럼 이어진 산과 계곡. 산골마을의 정겨운 풍경들, 맑은 공기 들여 마시면 누구도 부럽지 않을 이곳, 봉화 외씨버선길 9길 솔향길에서 사과꽃 피는 봄을 만나러 길을 나섰다.


외씨버선길 9구간 춘양목 솔향길은 봉화군 춘양면사무소에서 국립백두대간 수목원 후문까지17km다. 청정 대표지역인 청송, 영양, 봉화, 영월 4개 군 13구간으로 나눠진 트레킹길 중에 9구간 봉화 춘양목 솔향길이 있다. 외씨버선을 닮았고 조지훈의 ‘승무’라는 시 중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라는 내용에서 인용해 이름 지었다.


오지로 알려진 산길, 들길, 마을길을 사라져가는 옛 기억들을 모아 이어진 길이다. 생명이 탄생하는 대자연 속에서 코로나로 잃어버린 삶의 활기를 되찾는다.


90여 년 전 보부상들이 만든 억지춘양시장에서는 잠시 향수에 빠져도 좋을 것 같다. “가노 가노 언제 가노 미역, 소금 어물지고 춘양장에 언제 가노”라는 보부상들의 노래가 들려올 듯하다. 이 노래는 울진에서 어물을 짊어지고 십이령을 넘어 춘양장으로 향하면서 불렀다고 한다.


춘양장을 지나 읍내를 벗어나면 흙 담장에 기와를 쓴 전통한옥 만산고택에서 고풍스런 정취에 젖어보는 것도 좋다. 140여 년 된 66칸의 고택 지붕은 물 흐르듯 우아한 곡선이 돋보인다. 인근 권진사댁은 독립 유공자의 집이기도 하다. 하룻밤 머물고 싶다면 만산고택이나 권진사댁 어느 곳이든 가능하다.


고택을 나와 보면 삼층석탑이 보인다. 그곳이 춘양중학교다. 탑은 서동리 삼층석탑이라 불리고, 국가보물 52호다. 이곳은 신라의 옛 사찰 남화사의 터로 알려져 있다.


석탑을 지나 거포사과마을로 걷다보면 양반걸음 체험길이 있다. 한가한 들길에서 양반처럼 뒷짐 지고, 팔자걸음으로 사과꽃 향기를 느껴본다.


봉화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사과의 생산지다. 운곡천을 따라 좌우로 싱그러운 사과꽃으로 가득하다. 지나는 바람 한 자락까지도 쉬어갈 수 있는 풍경, 코로나에 지친 이들에게 삶의 여유를 선물하는 공간이다. 노란 민들레도 봄의 향기를 전하고 있다. 매혹적인 사과꽃과 흐르는 물줄기가 마음 가득 봄의 기운을 가져다준다.


임진왜란 때 피난 왔던 류성룡의 형 류운룡이 머물렀고 류성룡이 ‘징비록’을 쓰기 시작한 감동골을 지나 산골의 일상이 있는 황터라는 마을에는 부족국가 시절 구리왕이 살았다고 전한다. 허물어져 형체만 남은 성곽이 아직 남아있고 고려장터라 불리는 묘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햇살 따라 피어난 사과꽃과 함께 부드럽게 휘어지는 작은 능선을 오르면 백두대간수목원 뒷길 춘양목 숲길이 나온다. 솔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춘양목은 추위에도 당당하고 계절이 바뀌어도 푸른색을 잃지 않으며 척박한 땅에서도 생명을 이어간다. 그래서 예로부터 시나 그림의 소재로 사랑을 받았다. 이 길은 요란스럽거나 화려하지 않아 심심하거나 무뚝뚝하다고 말할 수 있다.


여행자들은 알고 있다. 봉화는 우아한 매력과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선비들의 숨결과 역사의 흔적이 가득한 도시다. 삶의 향기가 그립고, 번잡함을 피해 호젓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봉화 솔향길에서 삶의 여유를 찾아보길 권한다.


/류중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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