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無·재선 임기 채운 청장도 없어 <br/>배 청장·지지자 공천 배제에 반발<br/>주민들 “자리 싸움 하기보다는<br/>진정 지역을 위하는 청장 필요”
배기철 대구 동구청장이 지난 26일 국민의힘 동구청장 경선에서 컷오프되며 ‘동구청장 잔혹사’가 지역 정가에서 화제다.
3선은 물론이고 재선 임기를 모두 채운 동구청장이 역대 한 명도 없어서다.
동구청장은 민선 초대 오기환 구청장이 1995년 당선돼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 하지만, 민선 2∼3대 임대윤 구청장 때부터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당시 임 구청장은 재선에서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구청장직을 사임했지만, 경선을 놓고 당 지도부와 마찰 끝에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대구 동을 총선에 출마했으나 한나라당 박창달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이어 3대 이훈 구청장은 사임한 임 구청장의 보궐선거에 나가 당선됐지만, 제4회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해 불출마했다. 그는 약 2년여 가량 동구 행정을 맡았다.
4∼5대 동구청장을 지낸 이재만 구청장 역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에 도전했다가 현 권영진 시장에 밀려 탈락하고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2014년 6대 동구청장에 선출된 강대식 구청장은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됐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지난 2017년 2월 새누리당을 탈당해 유승민 전 의원이 창당한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강 구청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 후보로 동구청장 재선에 도전했으나, 자유한국당 배기철, 더불어민주당 서재헌 후보에 이은 3위로 낙선했다.
강대식 의원과 배기철 청장의 악연이 시작된 것이다.
강 구청장은 지난 2020년 유승민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대구 동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금배지를 달아 오히려 약이 됐다는 평가다.
이때부터 지역에는 강대식 의원과 배기철 구청장의 악연에 대한 말들이 많았다.
기초단체장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 의원과 배 구청장과의 관계가 좋을 리가 없다는 소문은 지방선거 전부터 나돌았다.
결국, 이번에 배 구청장이 대구 기초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컷오프되면서 ‘악연’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심지어 지역에서는 ‘동구청장 잔혹사’라는 말이 나오며 불편한 기색을 비치기도 한다.
동구 지묘동의 김모(56)씨는 “다른 지역에는 재선이나 3선까지 안정적으로 구정을 이끌어 시간이 지나며 결과물들이 나오는 데 동구는 매번 변화만 추구하다가 마는 것 같다”며 “자리 싸움보다는 진정 지역을 위하는 후보가 나와 지역민들을 아우를 수 있는 동구청장이 선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배 구청장의 공천 배제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배 구청장이 지역민에게 민심을 못 얻었다는 평가와 친 유승민계에 의해 견제받았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공천이 배제된 날 배 청장과 지지자들은 국민의힘 대구시당사무실을 찾아가 공관위의 발표에 항의 소동을 벌였다.
배 구청장은 “공천 배제 근거가 무엇이냐. 지역구 의원이 유승민계라서 컷오프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결국 표적 컷오프 됐다”며 “사실상 국민의힘 적장자는 자유한국당 출신의 본인이기에 당연히 중앙당 공관위에 재심 청구를 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배 구청장이 공직 출신으로 일은 잘한다고 소문났지만, 공직 동료에게 직무와 관련돼 강압적인 일처리 등으로 그다지 평가가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지역에 뿌리깊은 친유승민계의 영향력도 배 구청장의 인기가 떨어지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언급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