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선 공천시 해당 시군 당협위원장 의견 수렴 명시<br/>현역 국회의원이 후보 결정권 가진 경북, 공관위 역할 유명무실 <br/>14명 후보 경쟁 경산시장 선거, 단일추천 전격 결정으로 ‘파행’ <br/>현직 시장 컷오프한 포항서도 공정성 논란 후 재심 받아들여 <br/>지역 정가 “측근 앞세우는 권한 남용 행태 막아야” 한 목소리
국민의힘 지방선거 중앙당공천관리위원회 출범 당시 이준석 대표가 내세운 공정한 경쟁을 통한 경선 원칙이 무너지면 서곳곳서 공천 잡음이 일고 있다.
공천 신청자를 대상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평가시험도 쳤다. 전례없는 대표 생각에 유권자들은 뭔가 바뀔 것 같다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공천이 중간 지점을 돌아선 지금, 당 대표의 의지는 헛구호나 다름없을 정도로 구겨져 가고 있다.
경북지역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국민의힘 경북도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와 국회의원들을 향해 빗발치는 항의는 그 단적인 예다. 지금 공신력이 최대 무기인 도 공관위에는 공정성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상처투성이를 키우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항의 대열에는 도민들까지 가세하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이번 주말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던 공천도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물론 공천 진통은 선거 때마다 벌어져왔다. 그러나 올해는 유난히 심하다. 왜 이럴까.
도당 당직자 등은 공천이 파행으로 치닫게 된 결정적 이유로 당헌 당규를 꼽고 있다. 당헌 당규에는 공천 시 해당 시군을 관장하는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수렴토록 명시해 놓고 있다. 국민의힘이 싹쓸이 한 경북 경우 당협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이다.
도 공관위는 최종 결정 과정에서 당협위원장과의 조율을 거쳐야 하기에 이 조정 역할을 현역 국회의원인 공관위원장과 부위원장이 할 수밖에 없다. 도 공관위원들의 한계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공관위원들 사이에서 거수기 역할 밖에 할 수 없다는 한계론과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공천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이는 다름 아닌 국회의원인 것이다.
경산은 그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현 시장이 3연임에 걸려 출마가 어려운 경산시장 국민의힘 공천에는 무려 14명이 경쟁을 벌여왔다. 그동안 저마다 최종 경선을 목표로 뛰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13명의 예비후보들은 하루 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도 공관위가 경선 없이 1명을 후보로 결정해 버린 것이다.
낙천 후보들은 경북도공관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산 출신 윤두현 국회의원 아니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한다. 시민들도 국회의원이 지방정치의 틀을 무너뜨리는 폭거를 저질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락당했다고 믿는 낙천자들은 어떻게든 잘못된 이 부분을 바로 잡겠다며 무소속 단일후보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여론조사를 통해 1위 후보는 이번에 경산시장으로 밀어주고 2위 후보는 2년 후 있을 총선에서 후보로 내세운다는 구체적 복안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을 믿고 정치를 하기보다는 차제에 오염된 경산 정치 지형을 바로 잡아보자고 서로들 의기투합하고 있는 것이다.
현직시장이 컷오프된 후 이의제기를 신청, 재심 결론을 이끌어 낸 포항은 조금 독특하긴 하나 역시 국회의원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2명인 포항 경우 현재의 상황은 이강덕 시장의 컷 오프를 놓고 두 사람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다. 도 공관위원장인 김정재 의원은 이강덕 시장 컷 오프에 찬성인 반면 김병욱 국회의원은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이런 의견을 이강덕 시장이 신청한 중앙공심위에 냈고, 결국 재심 결정을 이끌어 냈다. 만에 하나, 이 시장의 컷 오프에 김병욱 의원이 찬성했었더라면 구제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포항 경우 최종 결정 때까지 두 국회의원이 상반된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공천 결정권을 중앙당공심위 쪽에서 결론 낼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지방자치 선거에서 국회의원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국회의원들은 이번 공천과정에서 전에 없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예전 경우 기초의원 공천도 도당공관위가 했으나 올해는 대통령 선거로 일정이 빡빡하다보니 중앙당은 기초의원 공천권을 당협위원장에게 넘겼다.
물론 전에도 형식만 갖췄을 뿐 당협위원장 뜻대로 공천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권한이 통째로 넘어 오다보니 아예 대놓고 남용하고 있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시군은 비서나 친척 등을 공천하는가 하면 비례대표 공천에서도 잡음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나오고 있다.
도내 정치권의 한 인사는 “국회의원들이 자기 사람들을 맘껏 심기 위해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측근들을 출동시키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중앙당은 이런 일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적어도 이번 공천 과정을 목격해보니 정치가 정말 퇴행했다”며 경북은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당선표나 다름없으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