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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함께하는 도자작업, 심장 뛰게 하는 일”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2-03-27 20:45 게재일 2022-03-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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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도예가 태성룡
태성룡 도예가

“제 도자기는 자연스럽고 질박한 멋이 있다고들 하시죠. 그래서 편안한 느낌이 드신다고 할까요.”

지역에선 유일하게 통가마 작업에 집중해온 태성룡(57) 도예가가 19번째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유약을 입히지 않고 불과 흙, 재가 그려낸 자연스러운 색감을 20년 넘게 탐구해온 태 작가가 2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것이다.


‘에너지’를 주제로 오는 29일부터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 태 작가를 지난 26일 그의 작업실에서 만나 삶과 작품 이야기를 나눴다.

 

29일부터 대백프라자갤러리서

2년만에 ‘에너지’ 주제 신작 발표


유약 입히지 않은 통가마 작업 고수


거친 질감 살린 ‘미니멀 스타일’ 추구


경주 등 국내 이어 佛서 가마 제작도


“통가마 도자작업 세계화 이루고파”

 

-도자기 예술이라는 게 무엇인가.


△점토로 형태를 만들고 건조한 후 가마에서 1천300도의 고온에서 구워내는 예술이다. 점토로 성형하기까지는 수정 보완이 가능하지만, 가마에 넣고 난 뒤에는 가마에서 굽는 동안은 오직 결과를 예측할 뿐 그 결과를 결정할 수는 없다.

 


-즐겨 하는 작품들의 제작 과정과 작품이 주는 의미를 소개한다면.


△‘도자기 피부’라는 표현처럼 매끈하고 예쁘고 복잡하고 화려한 문양이 많은, 기교가 많은 작품과는 달리, 단순하고 핸드크래프트(수공예적인·물레나 다른 도구를 쓰지 않고 하는 수작업) 위주의 미니멀(minimal)적인 점토 자체의 거친 질감이 주는 물성을 살린 작업 스타일을 즐기는 편이다. 표면에 그림을 그리거나 문양 등 장식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요변(가마 내에서의 변화)이나 자연유가 (나무재가 날아붙어 생긴 유약)이를 충분히 능가하는 장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가마를 통한 번조(굽는)과정을 통한 원시적이고 야취적인, 자연적인 색상을 통한 조형물을 대할 때면 도자 작업의 깊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유약을 입히지 않은 통가마 작업을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통가마 작업은 일반 장작가마 작업보다도 가마 노동력이 많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도예가마다 시간차이는 있지만 보통 48시간에서 72시간 정도 불을 넣는다. 통가마 전체 예열부터 재를 날려 기물에 1천200여 도가 넘어가면 붙이기 시작하는데 자연유가 충분히 생성되기 위해선 많은 연료와 노동이 들고, 번조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재와 그을음, 맑은 공기, 탁한 공기가 긴 소성 시간으로 인해 발현되는 요변과 자연유의 색상은 오묘하고 깊이가 있으며, 변화무쌍하다. 다양한 형태와 점토의 특성, 연료(나무)와 통가마의 구조, 기물을 넣고 쌓는 방식, 도예가의 불을 지피는 방식까지 겹쳐지면 더욱 다양한 우연성을 만날 수 있다.


태성룡作 ‘생명-쉼’
태성룡作 ‘생명-쉼’

-전문 과정을 제대로 밟은 전통도예가다. 그동안 활동을 소개한다면.


△나는 장작가마 제작자이면서 사용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마를 제작할 때 메커니즘과 인체공학적 불의 흐름과 효용성을 더욱더 섬세히 반영하기가 쉽다.


1998년에 나의 세 칸 장작가마를 만들고, 경북 신령에 통가마와 칸을 결합한 가마를, 나의 통가마를, 전주에 두 칸 가마를, 경주에 통가마와 칸을 결합한 가마를, 프랑스 앙굴렘에 통가마를, 여러 곳에 디자인 제작했다. 다양한 국제 캠프와 전시, 학술회의, 워크숍 등을 통해 나의 독특한 작업성을 알리고 한국 현대 도예의 앞선 기술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태 작가는 도자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숙명적인 업이다. 그릇을 빚고 가마에 넣어 큰불을 접하게 되면 그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힘든 노동이기도 하지만 불을 통하여 심장이 뛰고 살아 있음을 느낀다. 도자를 공부하면서 한국의 찬란했던 도자 역사가 일제강점기와 전란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단절 왜곡되어 있음을 통감하면서 미래에 다시 더 나은, 세계인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도예 문화를 향유하고 선도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도자기를 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


△수없이 많다. 통가마 작업에서는 완성된 결과물 중에 만족할 만한 것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불량이 나거나 매력적이지 않으면 판매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여전히 통가마 작업은 대중에게는 생소한 장르이기도 하다. 하나의 기물이 나오기까지는 도예가의 땀과 노력이 많음에도 그 결과물은 적지만 대중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다. 불안정한 수입으로 인해 작업의 선순환이 적다.

 


-그동안 150여 회의 작품 전시회를 했다.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다면.


△2019년 5월 대구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의 개인전 ‘화성(MARS)에 가다’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도예가의 삶을 살면서 터득한 통가마의 번조방식 기술과 작업세계, 삶에 대한 성찰 등을 최대한 쏟아부었던 전시였다고 생각된다.

 


-이번 개인전이 이전 전시회들과 다른 부분이 있나.


△대백프라자갤러리 초대전이다. ‘에너지’라는 테마로 전시를 준비하였는데 자연현상 속에서 일상의 에너지, 기의 흐름과 연속성, 생로병사 등을 오브제적인 입체작업과 벽면의 설치, 설치작업 등 또한 적당한 테마에 적합한 쓰임이 있는 그릇들도 같이 전시할 것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목표가 있다면?


△많은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통가마 도자 작업을 세계화하고 싶다. 다양한 도자 작업을 하는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도예가들과의 워크숍이나 작업실 레지던스 등을 통해 좀 더 심도 있고 다양한 작업세계를 상호 간에 융합해 봄으로써 참으로 아름다운 도자 문화를 꽃피우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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