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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언어에 담긴 향기 목소리로 피워 내”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2-03-13 19:09 게재일 2022-03-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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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시 낭송가 김일란 <br/>시 낭송은 신체적 이완·감정의 작용으로 마음 안정과 정화 <br/>4월 말 윤보영 시인 초청 ‘시가 흐르는 일곱 번째 뜨락’ 마련 <br/>포항시낭송회 초대회장,  시낭송 문화 선도·재능 나눔 관심
김일란 시낭송가

“아름다운 시를 읽으면 가슴이 뛰고 왠지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는 행복감에 빠져듭니다. 이런 시 낭송 무대를 통해 많은 사람의 영혼을 맑게 하는 울림을 오랫동안 전하고 싶습니다.”

김일란(58) 시 낭송가는 ‘포항시낭송회’의 초대회장으로 지역의 시 낭송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2011년부터 시 낭송을 배우기 시작해 알음알음 관심 있는 주위의 지인들과 함께 자신의 집이기도 한 포항시 남구 효자동 ‘심산서옥’에서 작은 시 낭송 발표회 등 잔잔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의 터널 속에 공개 시 낭송 발표회나 찾아가는 시 낭송 재능나눔 활동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지만, 오는 4월 말 ‘커피 시인’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윤보영 시인을 초청해 ‘시가 흐르는 일곱 번째 뜨락(시 낭송 콘서트)’을 준비하는 등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새봄맞이 시 낭송 마당을 준비하고 있는 포항시낭송회 김일란 회장을 지난 12일 만났다.

 

 

-시 낭송을 소개한다면.

△시 낭송은 시의 언어에 목소리의 향기를 피워내는 것이다. 또 시를 낭송하는 것은 시의 행간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다. 즉, 시를 품고 음미하며 감정을 살려 낭송하는 것은 시에 배인 은유와 감동의 향기를 홀씨처럼 세상에 널리 퍼지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문자인 시에 저마다의 음색을 입혀 시의 정서와 감흥을 더해주는 언어예술이기도 하다.

 

-시 낭송을 하면 어떤 점이 좋아지는가.

△시를 낭송하면 시각과 청각이 동시에 자극된다. 목소리를 따라 머리와 몸을 가볍게 흔들다 보면 신체감각이 활성화되고 눈과 혀, 입술, 성대까지 살아난다. 이러한 신체적 이완과 감정의 작용을 통해 마음이 안정되고 정화되며, 자신의 표현과 대상과의 교감으로 자신감과 만족감이 커지게 된다. 요즘처럼 단절되고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한 편의 비타민 같은 시 낭송은 영혼을 맑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우울증을 완화시키는 힐링과 위안의 선물이 될 것이다.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하는 시뜨락 시담(詩談) 행사가 독특한 아이템이라던데.

△‘시뜨락’ 행사는 경향 유수의 시인을 심산서옥에 초빙해 시 낭송과 시 얘기를 나누며 독자와 소통하고 교감하는 시 낭송 콘서트이다. 초청 시인은 자신의 삶과 문학 얘기를 나누고, 포항시낭송회 낭송가들이 개성을 살려 초청 시인의 시를 낭송하며 시인과 독자가 한자리에서 시회(詩會)를 펼치는 작은 문학 나눔 행사다. 2019년 6월부터 개최했는데 4월 30일 열리게 될 7회 시뜨락은 윤보영 시인을 초청할 계획이다.

-시 낭송을 연계해 개별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지자체 공모사업에 창의적인 아이템으로 참여해 시 낭송의 외연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포항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생활문화동호회 지원사업 예술교육에 참여하고, 전국생활문화축제에 온라인 실시간으로 출연해 포항12경시(오낙률 연작시)를 낭송해 전국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경북문화재단의 ’詩와 음악이 흐르는 고택(故宅) 거닐다’에 우정 출연을 하는 등 시 낭송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시낭송회가 자주 열리지 못해 아쉬움이 클 텐데.

△단절과 비대면의 시기이지만 온라인 줌미팅으로 회원 각자가 PC 화면을 통해 시 낭송을 하고 품평회를 여는가 하면, 5~6명씩 소그룹 미팅으로 조별 특성을 살린 이색적인 시 낭송 퍼포먼스로 색다른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또 회원들은 SNS에 수시로 자신의 애송시를 올려 공유하고, 최근에는 지혜의 보고인 논어(論語)를 줌(Zoom)으로 강의하는 ‘논어상장’ 온라인 강좌를 20여 회원들과 수강하며 수신(修身)과 지혜의 지평을 넓혀나가고 있다.

 

-시 낭송의 저변확대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기분이 좋으면 콧노래를 부르고 뭔가 힘차게 시작할 때는 구호나 파이팅을 외치듯이, 일상 속에 스며드는 시 낭송으로 흥겹고 활기찬 분위기를 이끌어가면 어떨까 싶다. 짧으면서도 명징한 의미를 드러내는 우리 민족 고유의 시조를 ‘하여가’나 ‘단심가’처럼 화답하는 형식으로 낭송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코로나 상황을 봐가면서 회원들과 함께 종전의 정기 시 낭송 발표회나 찾아가는 시 낭송 나눔 등으로 지치고 힘들어하는 많은 분께 위안과 용기를 주면서 행복을 안겨드리고 싶다. 어서 빨리 그러한 날이 다가와 산골에서 흐르는 개울물 소리 같고 실버들을 하느작거리게 하는 바람의 노래 같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시 낭송의 음률로 희망찬 새봄을 맞이하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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