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경주전통예절원 원장 윤정수<br/> 관·혼·상·제 의식에 담긴 정신 잇고 싶어 10년 전 만들어 <br/> 전통 관례·계례 거행 청소년 인성교육·교양강좌 등 개최 <br/>“개인 운영에 무료 강의… 전문강사 구하기 어려워 걱정”
‘품위(品位)있는 삶을 지향(指向)하는 사단법인 경주전통예절원’
경주시 동천로 67-1에 자리한 (사)경주전통예절원은 전통예절에 담긴 선인들의 정신을 계승·발전시켜 밝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데 힘쓰는 교육기관이다.
이곳을 세우고 지키는 윤정수(76) 원장은 배려와 양보를 모르고 자꾸만 도덕성이 무뎌지고 있는 세태에 주목했다. 우리 고유의 전통과 윤리를 바탕으로 고운 심성과 바른 인성을 심어주는 예절 교육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예절원을 개원, 사비로 운영하고 있다.
“품위 있는 삶이란 바로 예절이 있는 삶이며 서로에게 예절을 갖춘다는 것은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다.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해선 반드시 예절을 평생 실천하는 자세를 가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윤 원장을 지난 5일 만났다.
-경주전통예절원은 어떤 교육기관인가.
△(사)경주전통예절원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했던 통과의례인 관·혼·상·제례의 의식에 담겨있는 아름답고 소중한 정신을 찾아 실천하고 발전시켜 후세에게 물려주는 공부를 목표로 삼고 있다. 공부하다 보면 자신도 한층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삶의 자세가 자연스럽게 후세로 이어져 정서적으로 메말라 가는 현대를 아름답고 풍요롭게 가꾸는데 보탬이 된다고 믿고 교육을 하고 있다.
경주전통예절원은 선인들이 남긴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되살려 보급하는 노력의 하나로, 전통 관례와 계례를 거행하여 청소년의 인성교육에 이바지하고 있다. 전통혼례를 위한 모든 비품도 구비하여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아름답고 검소한 전통혼례식을 올려 준다. 그리고 상례와 제례에서도 그 의식에 담긴 의미를 바로 알아서 시대 상황에 맞게 실천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있으며, 건강과 교양 강좌 과목도 적절히 편성하여 균형 잡힌 알찬 사회교육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경주전통예절원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전통이란 과거로부터 이어온 것으로, 현대의 문화 창조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전통예절도 이와 같다. 선인들이 남겨준 전통예절의 형식과 절차를 현재의 우리가 다 알기는 힘들고, 알았다 해도 다 실천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정신은 삶의 환경이 달라진 요즈음에도 우리가 물려받아야 할 변함없는 소중한 유산이다. 그동안 어른들이 하시던 대로 따르기만 했던 상·제례의 의식에 대해, ‘왜 그랬을까? 그리고 거기에 깃든 선인들의 정신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어떤 의미가 있게 마련이다. 이것을 공부하다 보니 재미도 있었고 또, 공부한 것을 나누려고 하다 보니 교육기관이 필요했다.
-주로 어떤 분들이 교육에 참여하는가.
△경주전통예절원 교육과정이 연간 120시간 중 전문과목 70%, 교양과목 30%로 구성돼 있다. 예절 교육으로는 비교적 구체적이면서 체계적으로 하는 편이다. 그 때문에 경주는 물론 포항과 울산, 영해 등지에서 수강생이 찾아온다. 올해, 설립 10년째인 예절원의 4기, 5기 때는 수용인원 한계인 51명이 수강 신청을 해왔으며, 예비후보까지 등록하는 기록을 세웠다. 수강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주간에는 일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다도, 해설, 그리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나가는 사람들이 많고, 그 외에 후손들에게 올바른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서 참여를 희망한 분들도 있다.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다면.
△우리 예절원에서 공부하는 사람은 오는 순간부터 품위 있는 삶을 지향하는 자세를 가지려고 하니 모두 소중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의욕에 부합하는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듯하여 항상 송구한 마음이다. 특히, 낮에 일을 마치고 저녁밥도 못 먹은 채 1시간 이상 운전하여 오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고맙고 미안할 뿐이다.
-교육을 이수한 수강생들은 주로 어떤 활동을 이어가는가.
△수강생 모집할 때 간혹, 거기 나오면 어디에 취직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제일 난감한 문제다. 예절원 120시간 공부했다고 취직시켜주는 곳은 없다. 단지 하나의 스펙은 된다. 똑같은 상황이라면 어디에서나 예절 바른 사람을 뽑지 않겠는가.
-지금 운영 중인 교육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는가.
△현재 경주전통예절원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전문과목 강사 구하기이다. 선인들의 책이 거의 한문으로 되어있고 또 재미도 없어서 더 깊이 공부하려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전문과목의 대부분을 원장이 강의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가 있다면.
△경주전통예절원의 수강료는 애초부터 무료였고 현재도 그렇다. 그리고 지금까지 강의해주시는 분들께 강사료를 제대로 드리지 못했지만. 올해부터는 시내 문화원 수준의 강사료를 드리려고 하고 있다. 처음부터 관의 지원 한 푼 없이 개인이 하다 보니 교육 시설부터 운영까지 변변치 못한 것이 많아서 수강생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