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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우리의 삶이자 아름다운 자연”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2-01-26 19:57 게재일 2022-01-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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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누드 화가    이도우<br/>누드는 벗은 게 아닌 입지 않은 것<br/>내가 그리는 엄마의 몸을 통해<br/>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며<br/>어떻게 살 것인지 느껴볼 수 있길
이도우 누드 화가
이도우 누드 화가

“몸은 우리의 삶이자 가장 아름다운 자연이죠. 누드란 여성을 표현하는 것에 앞서 우리를 태어나게 한 어머니를 대표하는 원초적인 아름다움이랄 수 있습니다.”

이도우(59) 화가. 동국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그림의 외길 인생을 살아온 이도우는 누드 화가다. 그는 30여 년 누드 그리기에 몰두해 왔다. 이도우 화가가 경주엑스포공원 내 솔거미술관에서 오는 2월 28일까지 ‘경주미술인 선정작가전’을 열고 있다. 누드화엔 어떤 의미가 내재해 있는 걸까. 지난 25일 그를 만났다.

 

-인간의 벗은 몸을 표현하는 누드화는 수 세기 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누드화는 무엇이라고 정의하는가.


△‘누드는 벗은 게 아니라 입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이 땅에 올 때도 알몸으로 왔다가, 갈 때도 알몸으로 간다. 내가 그리는 여인, 엄마의 몸을 통해 세상을 보고, 느끼고, 표현하며 일상, 삶, 자연, 우주를 나타내고자 한다. 태초의 원초적인 근본과 우리 자신의 진정한 자아(진아)를 찾아 내가 어디서 왔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고, ‘어떤 사람이 될까’보다는 ‘어떻게 사는 사람이 될 것인지’를 자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30여 년 넘게 누드화를 그리고 있다. 누드화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 듯하다.


△20대 후반에 사고로 인해 인생의 갈림길에 접어들어 어떻게 살 것인가에 직면하여 고민하던 중, 선택의 여지가 없이 어릴 때부터 해왔고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일밖에 없었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하고 많은 사람이 그리지 않는 장르를 모색하다가 누드를 선택했다. 그게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파는 끈질긴 고집으로 오게 된 이유다.


-이도우 누드화의 매력은?


△2000년 이전에는 원색의 유화 물감으로 화려하게 배경을 표현하다가 그 이후 먹과 아크릴 물감으로 모노톤 작업을 추구했다. 여백을 두어 단순하고 함축과 간결의 미를 강조했다. 나이프로 겹겹이 발라 두툼한 질감으로 나타내 흑백 사진처럼 늘 가까이 두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의 일상과 삶을 담고자 한다.


-여체를 나이프로만 표현한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 기법인가.


△나이프로 물감을 두껍게 발라 겹겹이 덧칠하고 칠해 표현해내는 질감으로 우리의 고단한 일상과 삶의 두께와 무게를 나타내고자 한다.

 

이도우作
이도우作

-이도우 작가가 지향하는 누드화는?

△국내에서는 오래도록 화병과 책, 커튼 등이 있는 정형적 누드화가 지배적이었다. 19세기식 구도인데 저는 거기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인물은 구상으로, 배경은 추상으로 표현해서 구상과 비구상의 만남, 여백의 미 등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누드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예술이란 사회보다 한 세기를 앞서가야 하는데 한 세기 전 누드화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한다. 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이므로 그림을 늘 우리 곁에 두어 쉽게 볼 수 있고 누구나 편안한 안식처로 힐링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업 작가로 살아보니 어떤가.


△한국에서 전업 작가로 산다는 것은 창작의 상상을 무한히 펼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있지만, 현실에서는 ‘누드화’가 매매되는 경우가 드물기에 경제적 시련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지금까지 그린 누드모델은 몇 명 정도인가.


△나는 직업모델을 쓰지 않고 우리 주위에 일반인들을 어렵게 섭외하여 작업해왔는데 아마 수십여 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경주미술인 선정작가전’을 소개한다면.


△경주엑스포대공원 솔거미술관이 경주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기획 전시다. 전문 모델이 아닌 평범한 여성의 몸을 대자연과 동일하게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간결한 색채로 누구나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누드 작품 14점을 선보이고 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살아생전 누드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누구나 ‘누드화’를 편견 없이 쉽게 관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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