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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더 새롭게?

등록일 2022-01-25 18:48 게재일 2022-01-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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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이고 새로움에 대한 갈망은 늘 있었다. /언스플래쉬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열정적으로 시청했던 때가 있었다. 목표를 이루고자 최선을 다하는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재미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던 시기였다. 가수, 요리사, 패션 디자이너, 슈퍼 모델 등등 다양한 꿈을 가진 이들이 등장해서 저마다의 사연을 내어놓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랜 시간 소망하던 것을 이루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 그 타오르는 열망은 지난한 일상의 신선한 자극이었다.

라운드가 계속될수록 오디션 참가자들은 더욱 간절해 보였고 한편으론 괴로워 보였다. 짧은 시간 내에 기존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작업물을 내어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기성의 틀을 깨는 새로운 발상으로 극찬을 받던 참가자가 진부하다는 혹평을 받게 되면 어쩐지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가 이룩해놓은 반짝이는 작업물 또한 언젠가는 식상하고 진부한 과거의 것으로 남겠구나 하는 슬픔에 가까운 마음이었다. 신선함은 영원할 수 없으며 모든 것은 결국 썩어버리기 마련이니까. 그렇다면 새롭다는 말은 칭찬이라기보다 오히려 독에 가깝지 않은가. 찰나의 싱싱함을 붙잡고 일말의 위안으로 삼는 것은 아닌가. 그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어느 시대이고 새로움에 대한 갈망은 늘 있었다. 새로운 세대의 출현도 마찬가지다. 서점가를 강타했던 ‘90년생이 온다’부터 현재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MZ세대’라는 용어까지, 이것은 새로운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전언이며 일말의 두려움 혹은 기대감이다.

그러나 새로움의 주체가 되는 이들을 그저 새롭다고 규정짓는 것은 일종의 속박일 수 있다. 실제로 MZ세대로 대표되는 한 연예인은 세대를 구분 짓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욕심일 뿐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새로운 세대로 특징지어지는 이들은 특별하다고 취급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을 내어놓을 것을 요구받으며 그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특히 젊은 예술가들은 이러한 함의를 피해가기 힘들다. 새로운 얼굴로 세상에 나온 예술가는 도전적이고 실험적이며 기성세대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주기 마련이다. 더욱 발랄하게, 더욱 난해하게, 더욱 친근하게, 더욱 폐쇄적으로. 계속해서 더 새로워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젊음의 특권이며 젊음의 역할이라는 목소리를 듣는다.

사회가 원하는 대로 나 자신을 떠밀게 된다면, 그러니까 계속해서 새로워져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면, 분명 건강하지 못한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젠가를 쌓듯 높게 더 높게 허상을 붙잡고 단 한순간의 실수 때문에 공들여 쌓은 탑이 와르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새롭다는 가치 평가 자체가 문제일까? 기존의 체계에 브레이크를 걸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이들 역시 어느 순간 자신이 가진 안정된 위치를 지키기 위하여 애쓰고 있는 모습을 본다.

그들은 이제 전혀 새롭지 않으며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기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끝도 없이 매일매일 새로워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 아니며 사회구조적으로 약속된 일이다. 그건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가변적인 약속이다. 고정된 값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새로운 것들도 언제든지 진부해질 수 있는 것이며 전혀 새롭지 않은 것들도 언젠가는 새로워질 수 있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그렇다고 이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냉소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야말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고 세상을 밝히는 불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상을 규정짓는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 이 거대한 자본주의 사회의 부산물로 존재하지 않기 위해서는 허상의 목소리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눈을 믿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진부한 무언가가 자신에겐 새롭게 느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것이다. 당장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만의 올바른 가치를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것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요즘이다. 그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기 주관을 갖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안다. 복잡하고 모호한 사색을 멈추지 않고 그 리듬 자체를 즐기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이야말로 이전에는 없던 놀라운 생각을 데리고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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