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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생 성공의 꿈 화폭 담아요”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2-01-23 20:09 게재일 2022-01-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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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양화가 김은숙<br/>원숙하고 활달한 붓 터치 독특한 분위기 작품으로 탄생<br/>연작 ‘만선의 꿈’ 통해 모든 사람들 행복한 날 되길 바라
김은숙 서양화가

“어부들이 물고기가 가득 찬 배를 몰고 돌아오는 만선의 꿈을 안고 넓고 검푸른 바다 망망대해를 향해 나아가듯 누구든 인생의 만선을 꿈꾸지요. 화폭에 우리네 인생 만선의 꿈을 그립니다.”

포항 화단의 중진 김은숙(62) 서양화가는 지난 2004년부터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어촌마을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행복했던 기억을 화폭에 옮겨 담는 작업을 해와 ‘반구대 암각화 작가’로 불린다.


그는 새로운 미술 언어와 기법, 미술 재료에 관해 꾸준히 연구하고 사유의 폭을 넓히며 사물, 현상에 내포된 메시지와 특징들을 포착해 원숙하고 활달한 붓 터치로 기존 회화의 틀을 벗어난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특히 10여 년 전부터 발표하고 있는 ‘만선의 꿈’ 연작은 많은 이들로부터 획기적이고 재미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 김 작가와 만나 나눈 그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정리한다.

 


-‘반구대 암각화 작가’로 유명하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위덕대 서양화과 3학년(2004년) 과제를 하던 중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알게 되었다. 그때 반구대 암각화를 보는 순간 너무도 익숙한 이미지였고, 가슴을 찡하게 하는 무엇인가를 느꼈다. 그때부터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작업을 시작했다.


-작품 제작 과정과 작품이 주는 의미를 소개한다면.


△암각화는 그 시대 생활이나 바람을 새겨놓았다. 나는 암각화 이미지를 차용하여 어릴 적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멱 감으면서 즐겁게 놀던 때를 표현하고 있다. 태풍이 지나가고 너울 파도가 칠 무렵이면 친구들과 파도타기를 하고 놀았다. 튜브도 없이 오로지 맨몸으로 큰 파도가 오면 같이 파도 위를 뛰어오르듯 파도에 몸을 실었다. 내 작품에 등장하는 암각화 이미지들은 친구들이다.


-‘만선의 꿈’ 연작을 그리는 이유는.


△어부가 만선을 꿈꾸듯 우리의 인생 또한 만선(성공)을 꿈꾸며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인생살이란 그리 녹록지가 않다. 어릴 적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멱 감으며 놀았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내 작품을 감상하는 모든 분이(나를 포함) 일상이 놀이하듯 행복한 나날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선의 꿈’을 연작한다. 왠지 아쉬움이 남아 멈추어지질 않는다. 아마 내년부터는 내 연작의 제목을 ‘만선’이라고 하지 않을까.

 


-그림 속에는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를 떠올리게 하듯,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소개 부탁한다.


△친구, 이웃을 의인화한 것들이다. 암각화가 새겨졌던 그 시대의 생활을 작품에 반영해 고래잡이를 함께하며 인간은 인간답게, 타인과 관계를 풍요롭게 해줄 존재를 찾는 여정을 보여준다. 고래, 연어의 모습을 웅장하거나 신비롭게 형상화해 삶의 시점을 욕망으로 바라보고 물고기들을 통해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작품방식 또한 독특하다.


△내 작품은 모두 두꺼운 한지 바탕에 먹으로 채색한 뒤 문양을 그리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 완성한다. 모델링, 비드, 라텍스 등 다양한 보조재료와 물감 뿌리기를 반복하면서 이미지를 그리고 그라데이션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이미지 덮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독특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작가라면 누구나 다 여러 번 덧칠하고 고민하고 정성을 다할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김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무엇인가.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과 축적된 경험들은 우리가 살면서 마주한 모든 현상에 반응하며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작은 행위가 사람들에게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고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고 감사하다. 관람객들이 자신들이 행복했던 일들을 생각하면서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김은숙作
김은숙作

-주변에서는 김 작가를 어떻게 평가하나.

△잘 모르지만, 간혹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는 말은 듣는다.


-그림을 배우려는 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없는지.


△남들이 늦었다고 하는 나이(30대 후반)에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인생에 ‘늦은 때’란 없지 않을까. 무엇을 새롭게 시작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그림 그리기를 막 시작한 분들에게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림에 마음을 담으라고 한다. 그림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도 한다.


-앞으로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학부를 중년이 되어서야 다니게 되었다. 학부를 졸업할 때의 계획은 늦게 한 공부이니 1년에 한 번씩 개인전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개인전 15회 이후 2년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다른 핑계로 작업을 게을리한 것 같다. 다시 마음을 다잡아서 실천해야겠다. 작업을 충실히 할 것이며 그리고 작은 갤러리도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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