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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

등록일 2021-12-21 19:59 게재일 2021-12-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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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개 목걸이를 목에 두르고 알몸으로 거리에 뛰쳐나와야 겨우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어. 늙은이들에 대해서 누구 하나 관심이 없잖아.”

2008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나오는 말이다. 이유도 없이 닥치는 대로 살인을 거듭하는 연쇄 살인범 쉬거를 추적하는 황혼의 보안관 벨. 그는 확연히 달라진 미국의 현주소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 가운데 하나가 미국 사회에 만연한 노인들에 대한 끔찍할 정도의 무관심이다. 노인이 알몸에 개 목걸이를 걸치고 거리를 배회해야 비로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노인에 대한 무관심이 어디 미국만의 문제인가?! 우리나라에서도 노인들에 대한 무관심은 극에 달한 형편이다. 선거철이면 표 때문에 얼굴 들이미는 정치인들 말고 누가 노인들에 대해 깊은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가. 하기야 아직도 ‘고독사’의 정확한 통계치마저 없는 나라고 보니 노인을 향한 냉대에 가까운 무관심과 무반응, 무신경은 당연지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 하루 24시간의 변화나, 1년 사계절의 운항이나, 생로병사의 필연적인 수순(手順)은 변화가 만고불변의 진리임을 입증한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경영대학원 마우로 기옌 교수가 펴낸 ‘2030 축의 전환’은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베푼다. 그 가운데 하나가 ‘노인’에 대한 관점의 필연적인 변화다.

기옌 교수에 따르면, 불과 9년 뒤인 2030년의 70대 노인들은 요즘의 50대처럼 원기 왕성하고 혈기방장하며 쓰임새가 클 것이라 한다. 그들 자신의 건강에 관한 관심과 엄격한 자기관리, 나아가 사회 전반적인 의료와 영양의 진보가 그 바탕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그들이 확보한 부(富)가 젊은 세대를 압도하기 때문에 돈을 벌고자 하는 기업은 주 고객 대상으로 70대 이후의 세대에게 눈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우리 주변에도 강건하고 의욕에 넘치는 은퇴한 세대가 즐비하다. 그들 가운데 남성들은 등산이나 신체 단련에 시간을 소모하고, 여성들은 각종 모임에 분망하다. 그들은 돈은 적게 받아도 좋으니 일자리를 달라고 하소연한다. 집에서 온종일 얼굴 맞대고 있으면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부부의 불화와 반목(反目)을 예방하는 최적의 수단이 남성의 출근 아닌가?! 여기서 문제가 생겨난다. 기업은 고임금과 정비되지 않은 노동법을 근거로 노인 재취업에 난색이다. 하지만 노인 문제를 방관하면 어떤 문제가 불거질 것인지는 명약관화! 이제라도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토론회나 공청회부터 열어야 한다. 적정한 임금 수준과 노동 가능 시기를 조율하여 숙련된 노인 노동력을 사회적으로 방치하고 낭비하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명제만큼 자명한 이치도 없다. 인생 3막을 열어가려는 노인들에게 새로운 활기와 생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에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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