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 워크’<br/>관객 작품과 교감·체험, 그 자체가 예술로<br/>포항을 상징하는 새로운 랜드마크 기대<br/>안전을 최우선한 포스코의 기술력 집약Open Day 통해 시민과 교감의 시간도
국내 최대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 워크’가 영일만 관광특구 중심지인 환호공원서 지난 18일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포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포스코의 Park1538, 역사관, 제철소 야경, 포항 1고로 박물관 등 포항의 새로운 문화콘텐츠와 연계해 관광 활성화에 기여함은 물론 향후 해상케이블카 사업과도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사회를 재생시키고 활기를 불어넣는 조형물 또는 공공 예술작품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영국 북부의 게이츠헤드 사례를 보면 이러한 점을 잘 알 수 있는데, 한때 몰락한 탄광촌이었던 게이츠헤드는 전쟁피해와 산업쇠퇴를 겪으며 실업률이 20%에 육박하던 절망적인 도시였다. 그러나 안토리 곰리의 거대 조형물 ‘북방의 천사’ 설치 후 쇠락한 탄광촌은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명품 문화 관광도시로 탈바꿈해 서비스업을 부흥시키고 도시 재생에 성공했다.
지난 2001년 포스코가 200억원을 기부해 조성된 환호공원. 아름다운 해안선과 일출 그리고 포스코 전경을 즐길 수 있어 지역 주민들로부터 이미 큰 사랑을 받아 온 이곳에서, 새롭게 들어선 ‘스페이스 워크’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국내 공공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최근 전세계적으로 조형물 등 예술작품의 추세를 보면 사람들이 예술을 평행적으로 읽고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입체적인 경험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페이스 워크’ 역시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작품 위로 직접 올라가 계단을 거닐며 작품과 교감하고, 시각을 넘어 촉각 및 청각 등을 통해 작품을 실제 체험함으로써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되는 무척이나 특별한 경험을 하게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체험형 작품인 셈이다.
무엇보다 작품 기획단계부터 완공까지 작품의 예술성 확보를 위해 추진한 프로세스는 기존 공공미술 추진방식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는 포항제철소, 죽도시장, 해맞이공원 등 각종 명소를 방문하며 포항시민과 함께 호흡하고 향토사학자 등을 만나 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고, 조형·건축·미술 분야 권위 있는 전문가와 포스코, 포항시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작품을 디자인했다.
이같은 공론화 과정은 청계천 상징 조형물처럼 아예 해외 작가가 한국에 와보지도 않고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2년 7개월에 걸친 대장정을 지나오며 지속적인 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착실히 밟아온 ‘스페이스 워크’의 사례는 타 지자체 조형물 설치 시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포스코의 역량과 기술력이 집약된 작품
작품 그 자체에만 집중하더라도 스페이스 워크는 뛰어난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100% 포스코 강재로 제작된데다 포스코 기술연구소와의 협업을 거치며 엔지니어링과 예술적 요소가 융합된 작품이 됐다. 해안가라 부식위험이 높은 포항의 지리적 특성은 물론 포항의 강풍과 지진을 고려해 부식되지 않는 다양한 재료를 검토·연구한 끝에 일반 스테인리스강(304, 316 등)보다 부식에 월등히 강한 스테인리스 329J3L이라는 고가의 재료를 조형물에 적용했다. 또한 철을 소재로한 비정형 조형물이라는 점에서 오차를 최소화하고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과 설치 과정에서는 MEP(mechanical, electrical and plumbing/기계, 전기 및 배관) 레이아웃 솔루션, GPS 및3D 스캐닝 검측, 초음파 비파괴 검사 등 첨단 장비와 포스코의 전문 인력이 참여했다.
특히 체험형 조형물로서 안전을 최우선하기 위해 땅밑으로 조형물을 지지하는 25개의 기둥이 모두 연결돼 있고, 이렇게 연결된 기둥은 조형물 전체를 114개 마이크로파일을 활용해 암반에 고정시킴으로써 국내역대 최대 규모의 태풍이 와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됐다. 즉 스페이스 워크는 역대 최대 규모 태풍 강도를 고려해 기본풍속 40m/s, 설계풍속 67m/s으로 설계했고 리히터 규모 6.5 이상의 강진에도 붕괴되지 않는 내진 설계가 적용됐다.
체험형 예술작품으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파트 하나하나를 조각품 다루듯 수작업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작품의 계단도 예술품으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작은 부분까지 디자인에 신경을 쓰며 제작했고, 맑은 날 햇빛을 받으면 아름답게 빛나도록 수작업으로 가공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3차원으로 휘어지고 뒤틀려 있는 비정형 형태의 대형 구조물을 오차 없이 안전하게 설치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에도, 포스코는 333m의 초대형 조형물인 ‘스페이스 워크’를 제작하면서 시작 지점과 끝 지점 오차를 겨우 0.5㎝ 이하로 시공 완료하는 기술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 작품의 예술적 특징
작품의 예술적인 특징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페이스 워크는 기존에 관람객이 바라만 보던 작품, 만지면 안되는 작품이 아닌, 직접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예술과 관람객이 하나의 풍경이 되는 체험형 조형물이다. 트랙 위를 천천히 걸으면 마치 신선이 된 듯 구름 속을 산책하는 과정에서 스페이스 워크라는 제목처럼 마치 무중력 상태의 공간 속,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스페이스 워크는 멀리서 보면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며 ‘빠른 속도’라는 이미지가 그려지지만 실상 작품 트랙 위에서 관람객들이 경험하는 것은 ‘작품을 따라 느리게 걷는’ 나의 신체와 공간의 관계, 느림의 미학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적 장치는 스페이스 워크의 중요한 미학적 개념인 ‘시간의 상대성’을 드러내며, 철로 그려진 우아한 곡선과 밤하늘을 수놓은 조명은 철과 빛의 도시 포항을 상징한다. 특히 작품 위에서 360도로 개방돼 있는 풍경을 바라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전경이 탄성을 자아낸다.
스페이스 워크는 디자인 제안 때부터 환호공원에 살포시 내려앉은 구름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해서 클라우드(Cloud)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데,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의 애니쉬 카푸어의 작품도 콩을 닮았다고 해서 ‘빈(Bean, 콩)’이라는 애칭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해외 유명 작품의 경우 종종 정식 작품 제목과 닉네임(애칭)이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조형물 중앙에 있는 원형 루프는 올라갈 수 없으며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는데, 작가는 이에 대해 “의도된 불편함을 통해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성찰과 되돌아가는 수고로운 행위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에 대해 경험할 수 있다”고 디자인 의도를 설명했다. 아울러 올라갈 수 없는 루프에 대해 작가는 “유토피아를 상징한다”며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곳, 볼 수 있지만 만질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갈망과 도전, 실패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무한한 도전정신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입계단을 지나 양방향으로 나눠지는 트랙은 반드시 되돌아오면서 결국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예술과 인간, 기업과 시민, 포스코와 포항시의 하나됨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또 조형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 2개의 원형이 만들어지고,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공중에서 조형물을 바라보면 2개의 원형이 보이는데 작가는 이에 대해 “포항의 대표적인 설화인 연오랑 세오녀의 오마쥬”라고 말했다.
□ 시민과 지속적인 호흡
작품의 설치가 끝은 아니다. 포스코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스페이스 워크(Space Walk) Open Day 행사를 열며 시민들의 삶 속에 작품이 녹아들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작품 공개 하루만인 19일 스페이스 워크 이벤트 광장에서는 ‘스페이스 워크 시민 Open Day’가 열렸다. 스페이스 워크는 포스코와 포항시민의 상생과 화합을 상징하는 작품이기에, 포스코는 Open Day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으며, 행사에는 포항제철소 남수희 소장을 비롯한 포스코 임직원과 333팀의 포항시민들이 참석했다.
이날 포스코의 재능봉사단은 각종 이벤트를 주최하며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포스코의 캘리그라피, 붓글씨 재능봉사단은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글귀를 선물했고, 풍선아트 봉사단은 스페이스 워크를 상징하는 다양한 풍선 아트를 제공했다. 또한 사진 봉사단은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을 위해 기념사진을 촬영해줬으며, 사랑의 붕어빵 봉사단은 따듯한 투어가 될 수 있도록 붕어빵을 나눠주며 추억 거리를 선사했다.
바로 옆에 위치한 환호공원 무대에서는 포스코 문화예술봉사단 주관으로 음악회가 열렸다. 포스코 풍물봉사단, 클래식 기타 동호회와 지역 음악 동호회인 꿈틀로 중창단, 포항다소리세오녀 합창단 등의 단체들이 무대를 꾸몄다. 색소폰 연주, 하모니카 공연, 가요 중창 등 수준 높고 다채로운 공연으로 행사 내내 관람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분위기를 돋우는 음악과 다양한 선물, 그리고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하는 스페이스 워크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놀이공원에 와 있는 듯한 인상을 줬다.
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은 “포항에 새로운 랜드마크를 건립하고 오늘의 즐거운 행사를 마련해 준 포스코에 감사하다”며 “경관이 너무 좋아서 개인적으로도 자주 방문할 것 같고, 포항 시민들과 관광객들도 이색적인 체험을 위해서 많이 방문할 것 같다”라고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