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세명기독병원·안동병원<br/>갖춘 고압치료기 모두 1인용<br/>대형화재 등 대비해야 하지만<br/>설치비 비싸고 유지비도 억대<br/>일선 병원 단독 도입 어려워
화재, 자살시도 등으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의 치료를 위한 설비인 고압산소치료기가 설치된 병원이 경북도내에 고작 2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병원들도 모두 1인용 고압산소치료기 만을 보유하고 있어 지역에서 다수의 환자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지자체와 의료계가 협력해 다인용(10인용 또는 12인용) 치료시설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경북도내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총 202건으로 이 중 141명의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가스에 중독된 환자는 약 2시간 특수 탱크에서 100% 농도의 산소를 일반 공기압보다 2∼5배 높은 고압으로 들이마시게 하는 고압산소치료를 통해 치료된다. 그런데 경북지역에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고압산소치료기를 갖추고 있는 병원이 포항세명기독병원, 안동병원 등 단 2곳에 불과한 것.
대한고압의학회에 따르면 전국 37개 의료기관에서 고압산소치료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는 18기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지역 2개 의료기관에서 운영하는 고압산소치료기는 모두 1인용에 해당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화목·연탄 보일러의 사용이 많은 농촌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할 시 제때 조치를 내리기 힘든 실정이다.
의료계는 고압산소치료기를 운영하지 않는 이유로 연탄 사용 감소에 따른 가스중독 환자 감소와 비용의 문제를 들고 있다.
1인용 고압산소치료기를 설치하려면 2억원, 10인용 고압산소치료기는 10억원 정도가 필요하고 연간 유지비도 2억원 가량 소요되는 반면, 환자 1인당 의료수가는 10만원 대에 머물러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의료기관들은 도입하기 쉽지 않은 현실에 놓여있다.
비록 수요는 과거처럼 많지 않지만 대형 화재 등으로 인한 집단 환자발생을 대비해 정부나 지자체가 설치비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경북도내 의료기관에 다인용 고압산소치료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의료계 관계자는 “고압산소치료기는 소요되는 비용에 비해 환자 발생비율이 낮고 의료수가도 20여년째 그대로라 일선 병원에서 단독으로 도입하기엔 부담이 크다”며 “경북도와 일선 시·군이 적극적으로 나서 국비 또는 지방비를 투입해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를 확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