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1 포항음악제’ 예술감독 첼리스트 박유신<br/>실내악으로 오케스트라 웅장함<br/>독주의 디테일 함께 선사할<br/>친숙하면서 수준 높은 명곡 골라
지난 5일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난 ‘2021 포항음악제’ 예술감독 박유신(32)은 이날 개막한 음악제의 주제를 ‘기억의 시작’으로 정한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포항 출신 솔리스트로 명성을 쌓아온 박유신은 2019년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도 활약하며 국내 실내악의 지평을 넓혀 나가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박유신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다.
-소수의 음악가가 연주하는 실내악으로 음악축제를 꾸몄다. 실내악이란 어떤 음악이고, 그 매력은 무엇이라고 소개하고 싶나.
△17세기 바로크 시대부터 등장해 18세기와 19세기에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실내악은 ‘체임버 뮤직(Chamber Music)’, 즉 방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말한다. 클래식 음악의 출발점이 되는 실내악은 클래식 연주 가운데 가장 다양한 연주 형태를 가졌다.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독주를 비롯해 두 대의 피아노가 함께하는 피아노 듀오, 성악이 함께 하는 연가곡, 현악사중주,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구성의 음악이다. 이렇듯 음악의 기본이자 씨앗이랄 수 있는 실내악은 무엇보다 관객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예술이다. 연주자들에게는 음악과 악기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행으로, 관객들에게는 연주자들의 숨소리와 악기의 작은 떨림까지 오롯이 느끼는 연주로 관객과 연주자 간의 깊은 교감과 소통, 공유가 가장 큰 매력이랄 수 있다.
-2015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 2위, 2018년 안톤 루빈시테인 국제 콩쿠르 2위 등 첼리스트로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2021 포항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게 된 계기가 있나.
△‘2021 포항음악제’는 포항시가 순수예술 진흥 프로젝트로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해서 기획한 클래식 음악축제다. 포항에서 태어나 10살까지 이곳에서 살았고 지금도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나의 고향이다. 경희대 음대와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서 공부한 뒤 유럽의 다양한 실내악 축제를 접하며 실내악에 대한 애정을 키워왔다. 지난 2018년 남서독 필하모니와 함께 스위스 우트빌에서 열린 클래식 축제에 참가했을 때 지역 주민들이 하루 종일 앉아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보면서 일상 속에 펼쳐지는 예술을 즐기는 환경을 고향에서도 조성하고 싶었다.
-서울, 창원 등 다른 지역에서 이미 실내악 음악축제가 열리고 있다. 포항음악제의 특징은 무엇인가.
△작년에 개최 예정이었던 포항음악제는 코로나로 인해 아쉽게도 무산되었다. 기다림과 재정비를 거쳐 올해 첫 번째 포항음악제의 막을 올린다. 차별화된 프로그램,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포항 곳곳의 아름다움을 음악과 함께 선사하는 포항음악제가 관객 모두에게 위로와 가슴 뜨거워지는 열정,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기억의 시작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최정상급 음악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실내악 공연을 선보이는데 곡목을 구성할 때 가장 고려한 점은 무엇인가.
△음악 입문자든 애호가든 모두에게 호감을 주는 축제로 만들고 싶었다. 총 10개의 공연이 펼쳐지는데 다양한 악기와 음악의 매력을 보여드리기 위해 대중들에게 친숙한 명곡 위주로 곡을 선정했다. 개막공연으로 선보이는 포항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제럴드 핀치의 ‘탄생의 날’과 내가 이들과 협연하는 니콜라이 카푸스틴의 ‘첼로 협주곡 2번 작품번호 103’등 두 곡은 한국 초연곡이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축제 참가자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참가자가 있다면.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인 이유라 미국 USC 교수와 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연주는 실내악 무대로 국내에서 만나기 흔치 않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세계적인 젊은 연주자들이 무대에 나선다. 조성현(플루트), 김영욱(바이올린), 김재영(바이올린) 등 무수히 많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축제를 구성하니 마음이 잘 맞았다. 공연장에서 젊은 연주자들이 뿜어내는 열정이 화합으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향후 포항음악제의 방향을 소개한다면.
△소규모 실내악 축제로 첫해 행사를 시작한다. 앞으로 교향악축제가 될 수도 있고 타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정형적인 클래식 무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축제가 될 수도 있다. 유럽에 비해 국내 클래식 토양이 척박해 평가도 혹독하다. 그러니 더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다. 관객들과의 소통을 염두에 두고 깊이 연구해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는 음악제가 되도록 하고 싶다.
-앞으로 포부나 계획이 있다면,
△제가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보태고 도와서 포항이 더욱 격조 높은 문화도시로 거듭나면 좋겠고 포항음악제가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음악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