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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보다 특별함에 집중… 교육변화 희망을 쏘다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1-10-28 20:24 게재일 2021-10-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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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골학교, 절망 속에 피어난 희망<br/>5. 지속 가능한 시골학교 상상 아닌 현실로
흥해서부초등학교 학생들이 텃밭 가꾸기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흥해서부초등학교 제공
흥해서부초등학교 학생들이 텃밭 가꾸기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흥해서부초등학교 제공

학교는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다.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이 이뤄지고 있는 농촌 지역, 특히 면 지역에서 작은 학교의 존재가 갖는 의미는 더 특별하다.

작은 학교는 오랜 시간 동안 학생과 학부모, 교사, 관공서 등을 잇는 지역사회의 중추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수 학생이 다니는 작은 학교에 지속적으로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서 과연 다른 시민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경제적 논리로만 살펴본다면 이는 결코 효율적인 투자가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관점을 조금 바꿔 생각해 볼 필요성도 있다.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이 교육변화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학생과 학부모는 학구 내에 배정된 초·중·고등학교를 다녀야만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사하면서 아이들이 다닐 학교에 대해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주거지에서 가까운 학교로 배정되고 그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더 많다.

그로 인해 도심지역에 있는 대부분 학교는 학생 수 유지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학교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의 환경 개선에 대해 능동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작은 학교의 상황은 정반대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작은 학교를 택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작은 학교를 살린다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교육 시스템이 재개편되는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분교·폐교 위기 학교에 대대적 투자

미래교육에 대한 인식변화 이끌어내

‘작은 학교 학구제’ 운영 포항 17개교

특화 프로그램 입소문, 학생 수 증가

교직원-학부모-지역사회 협력 통해

모두가 동등하게 배우는 세상 만들어

글 싣는 순서

1. 소멸 위기에 놓인 시골학교의 현실

2.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Ⅰ

3.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Ⅱ

4. 경북도교육청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명과 암

5. 지속 가능한 시골학교 상상 아닌 현실로

송라초등학교 학생들이 부산 카자니아를 방문해 ‘꿈·끼·행복을 찾아 떠나는 진로·인성 캠프’에 참여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송라초등학교 학생들이 부산 카자니아를 방문해 ‘꿈·끼·행복을 찾아 떠나는 진로·인성 캠프’에 참여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 분교와 폐교 위기에 놓인 포항지역 학교

포항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교육부의 ‘적정 규모 학교 육성 권고 기준’은 초등학교 경우 면·벽지 60명 이하, 읍 지역 120명 이하, 도시 지역 240명 이하다. 중·고등학교는 면·벽지 60명 이하, 읍 지역 180명 이하, 도시 지역 300명 이하가 기준이 된다.

지난 3월 1일 기준으로 지역에 위치한 교육부 권고 기준 이내의 학교는 초등학교 26개교, 중학교 13개교 총 39개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 수가 10명 이하인 ‘중점추진 통폐합 대상학교’는 죽장초등학교 상옥분교장(학생 수 3명)과 장기초모포분교장(학생 수 4명)이다. 특기 장기초모포분교장의 경우에는 재학생 수가 10명 이하이고, 신입생도 없어 5년 안으로 폐교가 될 상황에 놓였다. 현재 이 학교는 2학급, 학생 수 4명이 전부이고 6학년에 재학중인 학생 2명이 졸업하고 나서 더 이상 신입생이 입학하지 않는다면 폐교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 폐교·분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되살리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포항교육지원청은 지난 2019년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시범 대상인 죽천초등학교에 운영 예산 2천만원을 지원했다. 또 2020년 초등학교 12개교에 1천만원, 중학교 1개교에 2천만원 총 1억4천만원을 전달했다.

이후 2021년 초등학교 13개교와 중학교 4개교 중 중복사업 대상인 2개교(경북미래학교로 선정된 흥해서부초와 자율재능학교인 청하중)를 제외한 15개교에 1천만원씩 총 1억5천만원을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작은 학교에 방과후학교와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교재·교구·도서 개발 운영 및 구입을 도와준다. 또 학생들이 통학하기 쉽게 차량 임차와 구입, 운영비 부담을 해 줬다.

포항교육지원청은 작은 학교에 특색프로그램 개발비를 지원해 작은 학교에 대한 교육력을 강화하고, 작은 학교로 학생이 유입될 수 있도록 언론기관 및 홈페이지 홍보, 현수막 게시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홍보를 병행하고 있다.

신광초등학교가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6일간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포항승마랜드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승마체험 활동을 실시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신광초등학교가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6일간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포항승마랜드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승마체험 활동을 실시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의 성과

현재 작은 학교 학구제가 운영되고 있는 학교는 죽천초, 곡강초, 신광초, 송라초, 월포초, 흥해서부초, 문충초, 장기초, 양포초, 대송초, 남성초, 기북초, 죽장초, 장기중, 대송중, 청하중, 서포중 등 모두 17개교다. 작은 학교 학구제가 시행된 첫해인 2019년도에는 22명이 이듬해에는 108명의 학생이 작은 학교로 유입됐다.

특히 지난 9월 1일 기준으로 올해는 모두 142명의 학생이 작은 학교를 다니는 것을 택했다.

2021학년도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유입학생 현황을 살펴보면 죽전초와 곡강초, 청하중이 22명으로 유입학생이 가장 많았고, 장기중 21명, 문충초 18명 흥해서부초 9명, 양포초 8명, 장기초와 남성초 7명의 학생이 작은 학교행을 택했다.

1970년 개교한 흥해서부초는 올해까지 1천44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해냈다. 하지만, 흥해서부초는 1990년대부터 입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전교생 수가 29명까지 줄어들며 폐교 대상 학교로 지정돼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끊기도 했다.

하지만, 교직원들의 헌신적인 학생지도와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 프로그램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전교생 수는 2017년 95명에서 2019년 100명, 2021년 현재 106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대상 학교로 선정되면서, 재학생 중 14명의 학생이 서부초로 유입됐다.

 

□ 작은 학교 살리기의 최종 목표

작은 학교 살리기는 작은 학교만의 특색과 교육경쟁력을 강화를 시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또 작은 학교든 큰 학교든 간에 학교의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학습권을 보장하고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또 적정한 규모의 학교를 키워나감으로 인해 교사가 수업에 대한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이후 수업 연구시간을 확보해 수업의 질이 향상된다면 그만큼 학생들의 교육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작은 학교를 특화해 인근에서 전학을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직원의 열정과 학부모의 지원,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작은 학교 살리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고른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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