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학령인구 감소… ‘작은학교 자유학구제’로 반전 꾀한다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1-10-21 20:01 게재일 2021-10-22 13면
스크랩버튼
위기의 시골학교, 절망 속에 피어난 희망<br/>4. 경북도교육청 작은학교 자유학구제 명과 암
김천 개령서부초등학교가 작은학교 텃밭가꾸기 활동의 일환으로 유치원생부터 6학년 학생까지 전교생이 모여 블루베리를 수확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아이들이 줄어들고, 학교가 사라지면서, 농촌지역 마을들이 점점 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실제로 올해 경북지역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0명을 기록했다. 이는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합계출산율인 2.1명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미 지역 내 출생아 수는 2018년 1만6천79명에서 2019년 1만4천472명, 2020년 1만2천873명으로 해마다 평균 1천500명씩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북지역의 출생아 감소 속도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출산율 감소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경북지역의 폐교 수는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 통계 자료를 보면 1982년부터 올해 3월 1일까지 폐교된 전국의 초·중·고교는 3천855개교다. 특히 지역 내 폐교 수는 732개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남(833개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 같은 위기에 직면하자 경북도교육청은 ‘작은학교 자유학구제’를 운영하며 반전을 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의 작은 학교 살리기에 대한 모토는 ‘농어촌 소규모학교의 교육여건 개선’, ‘맞춤형 지원을 통한 교육력 회복’, ‘작지만 강한 학교 육성’이다.

 

2019년 초등학교 29개교가 시범학교로 시작

올 143개 초·중학교 참여… 해마다 증가 추세

유입되는 학생들의 수도 매년 늘어나고 있어

 

복식학급 해소·교사들의 수업 부담 경감으로

수업연구 시간 확보… 수업의 질적 수준 향상

사군자·연주·독서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 인기

 

소규모 학교들의 성공도 있지만, 한계도 여전

통학 안전·진학·교우·시설물 노후화 문제와

교원 업무량 증가·생활지도 어려움 등 나타나

 

글 싣는 순서

1. 소멸 위기에 놓인 시골학교의 현실

2.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Ⅰ

3.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Ⅱ

4. 경북도교육청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명과 암

5. 지속 가능한 시골학교 상상 아닌 현실로

포항 장기중학교 학생들이 전국 풍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포항 장기중학교 학생들이 전국 풍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 작은학교 자유학구제 도입 필요성 대두

저출산과 고령화, 도시 집중화에 따른 농어촌 지역의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소규모 학교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농산어촌 지역 작은 학교들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작은 학교 중심의 자유학구제 운영 필요성이 커졌다.

경북도교육청은 지난 2019년 3월부터 작은 학교 학구를 큰 학교 학구까지 확대·지정해 큰 학교 학생들이 주소 이전 없이 작은 학교로만 전입 가능한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 증대를 통한 작은 학교 활성화 및 지역 사회 붕괴 막기 위한 조치”라며 “적정규모학교 육성으로 통폐합학교의 재통합 방지를 위한 노력”이라고 전했다.

자유학구제 대상학교는 ‘작은 학교’의 경우 읍·면 소재지에 위치해 있으면서 60명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급, 3학급 이하 학교 중 희망하는 학교가 인근의 큰 학교 학구와 묶여 선정된다. ‘큰 학교’는 시·읍 지역에 있으면서 전교생 200명 이상을 유지하는 학교여야 한다. 경북도교육청은 작은 학교에서 큰 학교로 입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작은 학교로 배정된 학생은 큰 학교에 입학할 수 없도록 했다.

고령 덕곡초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작은학교 자유학구제 특별프로그램인 ‘블록코딩, 로봇코딩, 메카트로닉스’ 프로그램 체험 활동을 진행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고령 덕곡초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작은학교 자유학구제 특별프로그램인 ‘블록코딩, 로봇코딩, 메카트로닉스’ 프로그램 체험 활동을 진행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 작은학교 학구제의 도입

자유학구제에 선정되면 학교당 1천만원 이상의 예산이 지원되고, 학교별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올해는 143개교에 총 15억6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운영하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2019년 3월 초등학교 29개교를 시범학교로 지정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모두 108개교(초등학교 97개교, 중학교 11개교)가, 올해는 143개(초등학교 123개교, 중학교 20개교)가 참여하는 등 작은학교 자유학구제의 신청을 원하는 학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작은 학교학구제를 통해 유입되는 학생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도입 첫해인 2019년 134명, 2020년 460명, 올해 661명의 학생이 유입됐다. 지난해의 경우 안동 풍산중이 54명으로 유입학생이 가장 많았고, 포항 장기중 22명, 영주 이산초·포항 죽천초 19명이다.

 

□ 작은학교 자유학구제의 효과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를 운영하면 과밀 학급을 해소할 수 있다. 그 예로 풍천중학구 학생 54명이 올해 풍산중으로 입학을 했다. 이들 학생이 풍천중으로 입학했을 경우 1학년의 한 학급당 평균 29명이 되는데, 이는 읍면 한 학급당기준 인원인 24명을 초과하게 돼 과밀학급이 되어버리는 상황이다. 다행히 이들 학생은 풍산중의 입학을 선호했고, 통학버스 2대를 이용해 통학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복식 학급(2개 이상의 학년을 한 교실 또는 한 명의 교사에 의해 운영하는 학급)을 해소하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포항 곡강초, 포항 남성초, 경주 연안초, 안동 서후초, 구미 옥성초, 영주 순흥초, 영천 청통초, 상주 은척초, 군위 우보초, 영양 입암초, 봉화 봉성초 등 모두 11개교의 학교가 복식 학급(12학급)이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복식수업이 해소되게 되면서 교사들은 수업에 대한 부담을 줄게 되었고, 수업연구 시간이 더 확보되면서 수업의 질적 수준이 이전보다 더 향상되는 등의 이점이 있었다.

특히 포항 장기중학교는 2020년 작은학교 자유학구제 시범학교로 지정된 후 ‘사군자(四君子)’ 교육 프로젝트, 1인 3악기 연주 재능 갖추기, 사제동행 아침 독서 등 특색프로그램 운영으로 지난해 14명이 입학했으며, 올해는 33명의 학생이 배정을 신청해 10여년 만에 1학년이 2학급 체제로 편성되는 성과를 얻었다.

칠곡 관호초등학교가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 특별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서예’ 수업을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칠곡 관호초등학교가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 특별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서예’ 수업을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 자유학구제 완전 정착은 기다림이 더 필요

경북도교육청이 최근 실시한 자유학구제 현장 설문조사 결과에서 96.04%가 ‘보통 이상 만족’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는 자유학구제 운영으로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 유입된 학생 288명, 학부모 486명, 작은 학교 교원 563명 등 총 1천337명이 참여했다. 설문 조사 결과 매우 만족 63.13%(844명), 만족 26.78%(358명), 보통 6.13%(82명)을 각각 차지했다.

자구책을 마련한 소규모 학교들이 반전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설문에 참가한 이들은 ‘불만족’을 선택한 이유로는 통학 시 안전 문제, 상급학교 진학 문제, 교우 관계, 시설물의 노후화, 교원의 업무량 증가와 생활지도의 어려움 등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작은 학교의 경우 구기종목과 토론수업에 참여할 적정 규모의 학생수가 여전히 부족하다. 또 학생·학급간 선의의 경쟁체제 이뤄지지 않는 등 교육과정 운영이 곤란한 측면도 있다. 교직원들은 복식수업으로 인한 부담이 크고, 공문처리 건수 과다로 수업연구 소홀 및 수업의 질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생이 10명 이하인 작은 학교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해 결정을 하려고 한다”며 “오는 2022년부터 자유학구제에 대한 시행 예산을 1천만∼3천만원 각 학교에 차등 지원해 특색프로그램을 더욱 알차게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기획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