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골학교, 절망 속에 피어난 희망<br/>2.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Ⅰ
학교의 존폐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특히 농촌지역에서 학교는 단순히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 공동체의 구심점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설립될 당시에 마을 주민들이 땅을 무료로 제공해 주는 등 학교 건립에 어떠한 형태로든 동참했다면 학교는 교육기관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작은 학교 통폐합’과 ‘적정규모학교(학생들의 교육력 향상을 위해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교육결손 최소화 및 교육적 효과 극대가 가능한 규모로서의 학교) 육성’ 등과 같은 교육정책은 지역 인구 감소를 부추기고 결국 ‘농촌 공동화’ 현상을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곧 마을 주민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지역 사회의 황폐화를 이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입장으로 바라볼 수 없다.
청성초는 민·관·학이 힘을 모아 ‘작은 학교 살리기’를 일궈낸 곳이다. 분교 격하 위기에 놓였던 청성초는 ‘교육 이주 정책’을 통해 난관을 극복해 냈고, 그렇게 찾아온 이주 가정은 학교를 넘어 청성면에까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청성초, 1932년 개교해 졸업생 3천900여 명
1970~80년대 전교생 1천여 명에 이르렀지만
1990년대 이촌향도 현상으로 인구유출 가속
전교생 기하급수적 감소 지난해엔 16명 기록
마을주민·청성면·교육청 등 민·관·학 협력
지난해 12월 ‘학교살리기’ 첫 대책회의 개최
전학 가정에 마을 빈집 활용 등 거주 주택
시설보수·월세 비용 전액 지원+일자리 제공
통학차량 운행·방과후학교프로그램 무료
노력 결실로 9월말 기준 8가구 14명 전학 와
2가구 이사 예정… 대기가구도 9가구에 달해
옥천군, 내년 사업비 85억 투입 2024년까지
공공임대주택 15호 조성 계획 인구유입 ‘속도’
글 싣는 순서
1. 소멸 위기에 놓인 시골학교의 현실
2.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Ⅰ
3.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Ⅱ
4. 경북도교육청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명과 암
5. 지속 가능한 시골학교 상상 아닌 현실로
□청성초의 번영과 쇠퇴
충북 옥천군에서 산비탈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가다 보면 조그마한 초등학교 한 곳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1932년 3월 개교한 청성초등학교다.
청성초는 개교 이래 지난 86년 동안 모두 3천921명의 졸업생을 배출해 낸 지역의 전통 있는 명문학교로 손꼽힌다. 청성초는 1970∼1980년 베이비 붐 세대들이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시절 전교생이 한때 1천여명에 이를 정도로 학생 수가 많았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이촌향도 현상이 발생하며 인구 유출이 가속하기 시작했다.
2000년도에 접어들어서는 출산율 감소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 등의 영향으로 지난 1995년부터 현재까지 청성지역에 존재하는 4개(신서분교장, 묘금분교장, 화성분교장, 능월분교장)의 초등학교는 모두 이 학교로 통폐합하게 됐다.
마을 주민들은 “학교가 차례대로 문을 닫기 시작한 이후에 지역 인구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며 “2015년 이후부터 마을에서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언제인지 가물가물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로 청성초의 전교생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16명을 기록하게 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청성초는 ‘학생배치계획에 따른 학교 학생 수 추이’를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오는 2022년에는 15명, 2023년 13명, 2024년 10명, 2025년 15명, 2026년 16명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전교생이 20명인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될 경우 학교를 분교장으로 격하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024년이면 청성초등학교가 결국 ‘청성분교장’으로 격하된다.
청성초마저 사라져 버리면 이 마을에는 초등학교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민·관·학이 협력한 ‘청성초 살리기 운동’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마을 주민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청성초 살기기 운동’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건 지난해 12월부터이다.
우선 청성면 마을주민과 청성면사무소, 청성초, 교육지원청 등이 모여 ‘지역공동체 협력에 따른 소규모 학교 살리기’ 첫 대책회의를 열었다.
청성초 동문회 등은 십시일반 모금된 성금으로 장학사업 이외에 교육 이주 주택수리비, 어학연수비, 교육 프로그램비, 학교 선후배가 함께하는 멘토·멘티를 계획했다.
또 이들이 가장 중점을 둔 건 전학 가정에게 거주할 ‘주택’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학교 총동문회에서는 마을의 빈집부터 찾기 시작했다. 먼저 마을회관 한 층 전체를 새로운 주거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또 자치단체에서 조성한 ‘귀농인을 위한 집’도 활용하기로 했다.
인근에 위치한 산계 3리와 구음2리에 있는 빈집을 전학가정이 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도배와 장판, 보일러 등 100∼200만원 정도의 비용 지원으로 시설 보수를 해줬다. 이주 가구에는 보증금은 이주자 본인이 부담토록 하고, 1년 동안 총 120만원의 월세를 제공해 줬다.
이주민들이 도시에서 생활하다 귀농을 하게 될 경우 어떻게 별다른 일자리가 없어 애를 먹는데, 이를 도와주고자 마을 주민들은 이들을 위한 일자리도 소개해줬다. 실제로 근처 포도연구소 등의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과 마을 대단위 가족 기업에서 일할 기회도 제공했다.
교육활동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1.5㎞ 이상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등하교 지원을 위한 통학차량이 운행된다. 학교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및 방과후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육비 및 교육재료비에 대해 수익자 부담없이 전액 무료 지원을 하고 있다. 전교생의 오후 돌봄 및 마을공동체 방과 후 프로그램의 비용 전체를 학교 및 교육청에서 담당한다.
□학교를 살리자 ‘마을이 되살아 났어요’
이러한 노력에 대한 결실로 지난 9월 말 기준 모두 8가구 14명(유치원생 4명, 초등학생 10명)의 학생이 청성초로 전학을 왔다. 그뿐만 아니라 양주, 오산 등 2가구가 새로 이사 올 예정이다. 전입 상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기 가구만 9가구(유치원 10명, 초등학생 6명)에 달한다.
여기에 ‘청성면 산성문화마을 주거플랫폼 구축사업’이 국토교통부의 ‘2021 지역수요 맞춤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전입 인구 증가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군은 내년부터 8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4년까지 청성면 산계리 131-1번지 일원에 초등학교 전학생과 인근 산업단지 근로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15호와 복지센터, 주차장, 친환경 숲 속 놀이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최소 1가구에 4명만 잡아도 60명의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박희경 청성초교장은 “학생 감소로 분교 위기에 있던 유난이 힘든 시기에 미래 사회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써주신 마을주민, 총동문회에 고맙다”며 “더 많은 학생이 청성초에서 따뜻한 인성을 기르고 슬기롭고 바르게 서로 어울려 따뜻한 인성, 창의, 융합적이고 복합적인 사고를 갖춘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