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항 죽림사 주지 금호 스님<br/>코로나19 등으로 신도들이 거의 찾지 않는 위기의 사찰을<br/>재정비 등 특성화 전략으로 예전의 번듯한 사찰로 탈바꿈
포항시 북구 탑산길 10번길 14에 위치한 천년고찰 조계종 죽림사. 코로나19 등으로 신도들이 거의 찾지 않는 위기의 사찰을 예전처럼 번듯한 사찰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금호 주지 스님의 부임 소감이다.
이춘수 신도회장 등으로 구성된 죽림사 재건축위원회 신도들은 금호 스님이 없는 죽림사를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포항에 죽림사가 있어 불교대학 등 포교가 이뤄질 수 있듯이 죽림사는 금호 스님이 있어야 신도들이 찾아오는 절이 될 수 있다며 스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6월 부임 이후 주련과 일주문 단청 공사를 이미 완료하고 문화재 사찰의 명성을 찾고자 사찰 주변 공사 등을 계획하고 있는 금호 스님을 지난 3일 만났다.
-죽림사와의 인연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첫 만남이 어떤가.
△중앙종회 의장, 제11교구 본사 불국사 부주지 등 많은 소임이 있어 처음에 올 적에는 부담도 많고 걱정도 많았는데 막상 와 보니 죽림사 주지 소임 또한 어느 소임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비록 여러 소임 때문에 시간에 쫓기긴 해도 방임하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할 수 있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죽림사에 온 지 4개월 정도 되셨다. 소감을 간단히 말씀해 주신다면.
△여러 사찰에서 소임을 맡아 부임할 때마다 매번 부담스럽고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번 죽림사는 왠지 모르게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옛 고향 집에 수십 년 만에 돌아오면 해야 할 일이 많듯이 죽림사 또한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신라 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을 정비하여 옛 명성을 되찾아 이를 보존해야 하고, 포항불교의 도심 포교 도량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포교 활동도 많이 해야 한다는 소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수행하고 포교할 사명이 주어져서 몸은 고달프겠지만 매우 만족하고 있다. 죽림사 신도님들의 불심은 어느 사찰 신도님들보다 깊은 것 같다. 또 저의 염원과 같이 신도님들도 죽림사의 중흥을 누구보다 더 바라고 있어 든든하기도 하다.
-취임 후 사찰 재정비 등 특성화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주련은 기둥(柱)마다 시구를 이어서(聯) 걸었다는 뜻이다. 좋은 글귀나 남에게 자랑할 내용을 붓글씨로 쓰거나, 그 내용을 얇은 판자에 새겨서 걸기도 한다. 주련은 우리의 전통 건축양식과 우리 조상들의 생활양식뿐만 아니라 사상, 문학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서예 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다. 그러나 주련의 글씨가 박락, 탈색되어 서체의 형태가 변모되고 나무는 벌레에 의해 부식돼가는 것을 묵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가 소중한 전통문화에 대한 계승과 보존에 얼마나 무심하고 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죽림사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들을 더욱 세심히 관리해 더욱더 아름다운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간직해야 할 것 같다.
-‘시대에 맞는 승려상’으로 평가되고 계시는데.
△‘21세기는 불교 문화 시대’라는 말을 듣고 싶다. 불교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창조적 계승을 통해 불교 문화가 일반 대중들에게도 스며들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현대인 눈높이에 맞는 기도와 명상법을 보급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기회로 삼아 불교 르네상스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코로나 시국이라 ‘코로나 블루’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불교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지 않겠나. 그 역할을 무엇이라고 보나.
△요즘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수천 명이 발생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수준인 4단계가 몇 달째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고, 사람들 간의 만남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깊고, 서로 간의 마음 간극 또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서로 만남을 통해 대화하고, 위로하고 상생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직접적인 대면 활동이 제한되고 있다. 직접 만나긴 힘들더라도 전화나 SNS 등을 통해 서로서로 관심을 놓지 않고 안부를 전하며 살아야 한다. 종교활동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직접 절에 와서 법문을 듣고 신행 활동, 봉사활동 등을 함께 하는 대면 활동도 금지되고 있긴 하다. 그렇더라도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해 배려하고 존중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실천이다. 부처님을 의지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듯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한 집안 한 식구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감싸주는 것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원천적인 힘이고, 진정한 보살의 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사부대중은 각자 직분에 따른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출가수행자는 수행자답게 수행과 포교에 전력을 다하고, 재가자는 재가자의 위치에서 신행과 맡은 역할을 다해 시대 상황에 부응하는 불교의 역할을 열어가야 한다. 보름달은 원만한 부처님의 지혜와 복덕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혜와 복덕은 자비에서 나온다. 황벽 선사는 자비에는 연고가 없기에 대자비라는 말씀을 하셨다. 명절 등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평소 어려운 이웃이 주변에 있지 않나 돌아보는 자비심을 잊지 마시길 당부드린다.
-향후 계획을 소개해 주신다면.
△사찰의 존재 의의는 신도들이다. 신도를 위해서, 신도에 의해서 존재한다. 그렇기에 사찰을 새롭게 정비하면 신도들도 새 마음이 될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부임 첫 사업으로 사찰 재정비 결정을 내리게 됐다. 현재 주변을 잘 정돈하고 여건을 만들었더니 신도들뿐만 아니라 이웃 주민들도 죽림사를 더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죽림사를 활짝 열고 종교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 황소의 발걸음으로 정진하고자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