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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으로 즐기는 추석놀이

등록일 2021-09-16 19:49 게재일 2021-09-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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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놀이.

가을이 들어서는 입추, 귀뚜라미의 애간장을 태우는 처서가 지났다. 오뉴월의 땡볕이 곡식을 여물게 했다면 산들바람은 농부의 땀을 식혀 주겠다. 추수의 때를 기다리는 들판은 황금물결로 물든다.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봄에는 언 땅을 갈아엎어 씨앗을 심고, 여름에는 태풍 두어 개, 땡볕 한 아름 다 견뎌내며 곡식이 여문다. 가을이면 잘 익은 곡식을 거둬들이고 하늘에 감사의 예(禮)를 올렸다. 조상들은 추수한 곡식을 이웃과 나눠 먹으며 다양한 놀이와 흥을 곁들여 잔치를 열었다. 추석에 하는 놀이는 수확의례와 관련된 행사이다. 거북놀이, 소멕이놀이, 줄다리기, 사자놀이, 지신밟기 등이 있다.

 

△소멕이놀이

장정 두 사람이 엉덩이를 맞대고 엎드린 위에 멍석을 뒤집어쓰고, 앞 사람은 고무래 두 개를 두 팔에 하나씩 나누어 쥐고, 뒷사람은 작대기로 뿔과 꼬리를 가장하여 소가 된다. 앞뒤로 주인과 머슴을 가장한 사람들이 소를 몰고 밤늦게까지 마을을 돌아다닌다. 부유한 집에 가서 “엄매, 엄매” 하고 소 울음을 흉내 내며, “옆집의 누렁소가 평생 즐기는 싸리 꼬챙이와 뜨물이 먹고 싶어 찾아왔으니 내놓으시오” 하고 외치면 그 집 주인은 산적과 술을 내놓는다.

이때 농악대가 뒤따르며 소로 분장한 사람이 여러 가지 동작과 춤을 보이고, 농악에 맞추어 일동이 춤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마을을 다닌다. 이 놀이를 하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담아 다음 해의 농사를 기원하는 놀이다.

 

△거북놀이

소 대신 거북을 썼는데, 멍석 대신 수숫대 잎이나 짚으로 거북의 모양을 만든다. 거북놀이도 소멕이놀이처럼 기호 지방에서 추석에 행했으며, 거북의 장수에 빗대어 장수·무병을 빌고 마을의 잡귀·잡신을 쫓는다고 하였다. 거북은 수신(水神)을 나타내는 신령한 동물임을 생각할 때, 이 거북놀이도 소멕이놀이와 마찬가지로 농신(農神)에 관련된 기풍행사의 하나이다.

온라인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울산옹기축제.
온라인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울산옹기축제.

△사자놀이

사자 모습의 탈 안에 두 사람 또는 세 사람이 들어가 사자의 동작을 흉내 내며 하는 놀이다. 나무나 대광주리, 종이로 만든 사자탈 속에 두 사람이 들어가 풍물을 치면서 마을을 돌아다닌다. 여유 있는 집에 들어가 마당에서 한바탕 춤을 추고 돈 뒤에, 집주인으로부터 사례로 곡물이나 금전 등을 받는다. 이것은 마을의 공공사업에 사용되었다. 지방에 따라서는 주지놀음, 사지놀음, 사자놀음이라고도 한다.

 

△지신밟기

지신밟기는 풍물패들을 선두로 소고패, 양반, 하동, 포수 머슴과 탈을 쓰는 각시 등이 집마다 지신을 밟으면서 지신풀이 가사를 창하며 춤과 익살, 재주를 연희하는 것으로 마을의 안녕과 풍작 및 가정의 다복을 축원하는 민속놀이다. 지신풀이가 끝나면 주인이 대접하는 음식을 먹고 전곡을 얻어 가지고 간다. 얻은 재물은 마을 공동의 경비에 사용한다.

 

△줄다리기

‘동국세시기’에는 제주도에서 행하는 줄다리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매년 8월 보름날 남녀가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추며, 좌우로 편을 갈라 길고 굵은 줄의 양쪽을 잡아당겨 승부를 겨룬다. 줄이 만약 중간에서 끊어지면 양편이 모두 땅에 엎어지고 구경꾼들이 크게 웃는다. 이를 조리지희(照里之戱)라 한다.

이 밖에 추석에는 각 지방에서 씨름 대회를 하거나 전남 지방 남해안 일대에 부녀자의 특유한 유희로 강강술래를 했다.

다음은 완도 지방에 전해오는 강강술래 노래이다.

 

“달아달아 밝은 달아 강강술래

이태백이 노든달아 강강술래

 

저기저기 저달속에 강강술래

계수나무 박혔으니 강강술래

 

은도끼로 찍어내어 강강술래

금도끼로 다듬어서 강강술래

 

초가삼간 집을 짓고 강강술래

양친부모 모셔다가 강강술래

 

양친부모 모셔다가 강강술래

천년만년 살고지고 강강술래”

 

리듬은 대체로 4·4조로 되어 있다. 목청 시원한 여자 한 사람이 선창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강강술래’라는 후렴구를 하고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영남지방에는 남자들이 추는 ‘쾌지나칭칭나네’가 있고, 안동 지방에는 ‘놋다리밟기’ 등이 있다.

조상들은 한해 농사를 갈무리하며 하늘에 감사하고 여러 가지 축제로 잔치를 벌였다. 음식을 나누고 놀이를 통해 단합하며 농사의 수고로움에서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 이제 추석에 하는 놀이는 옛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남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추석의 인사말이 바뀌었다. ‘모이지 않는 게 정,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고 한다. 이번 추석에는 모이지 않고 랜선으로 축제를 즐기자.

음성품바축제 플레시몹.
음성품바축제 플레시몹.

△챙겨요 건강 나눔 축제

금산인삼축제, 풍기인삼축제, 산청한방약초축제가 있다. 코로나19로 건강의 중요성이 강조된 만큼 이와 관련한 온라인 축제도 큰 관심을 모은다. 금산인삼축제는 인삼주와 인삼 쉐이크 등 인삼을 소재로 한 체험 키트를 할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풍기인삼축제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을 생중계하고 풍기인삼을 경품으로 내건 이벤트도 수시로 연다.

 

△랜선으로 즐기는 우리 문화

온라인에서도 우리 문화의 매력은 빛을 발한다. 울산옹기축제는 옹기와 관련된 퀴즈를 풀고 옹기 쿡방, 옹기 홈쇼핑, 랜선 버스킹 등 다양한 콘텐츠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또한 문경 찻사발축제는 도자기를 굽는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소리를 ‘ASMR 불멍’이란 이름으로 제공하고 ‘차담이와 떠나는 문경 랜선 투어’, ‘윤택의 시골 알바’ 등 자체적으로 제작한 영상도 공개했다.

 

△윷놀이

지방자치단체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후원하는 우리 가족 추석놀이가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대형 윷놀이는 비대면 방법으로 실시한다. 인터넷으로 접속하여 QR코드로 인식하면 자세한 방법이 나온다. 윷놀이에 필요한 키트도 워킹스루로 받을 수 있다. 가족과 놀이하며 사진을 찍어 제출하면 된다.

 

△한국인의 흥이 느껴지는 품바축제

집에서도 엉덩이가 들썩들썩, 어깨가 으쓱으쓱 신나게 몸을 흔들며 즐기는 음악 축제도 온라인으로 열린다. 매년 한국인의 흥을 끓어오르게 하는 음성품바축제도 온라인으로 열리고 유튜브에서 생중계를 즐길 수 있다. 품바 공연에 무려 2천개의 댓글이 달리며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문경찻사발축제 도자기굽는 소리 ’ASMR 불멍’.
문경찻사발축제 도자기굽는 소리 ’ASMR 불멍’.

△산청한방약초축제

산청한방약초축제는 온라인 홍보채널에서 ‘추석맞이 약초·농특산물 판매대전’을 선보이며 작년보다 판매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고속도로 산청 휴게소 로컬푸드 행복장터와 단성IC근처에 직거래 장터를 마련, 청정자연에서 키워낸 산청약초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구매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번 추석놀이는 랜선으로 즐기자. 먼 내일의 우리는 ‘그땐 그랬지’라고 말하겠지. 미래의 우리는 또 어떤 추석놀이를 마주할까.

/이순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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