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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바람·나무·빛… 다양한 곳에서 영감 받죠”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1-08-22 20:08 게재일 2021-08-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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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예가  김의숙<br/>프랑스서 첫 선 ‘어린왕자’ 작품<br/>국내외 많은 이들에게 감동 선사<br/>20여년 넘게 포항서 창작활동<br/>시민들 위한 도자 강의도 열어
김의숙 도예가

“정작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걸까요?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겠죠?”

포항의 중진 도예가 김의숙(64) 씨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오도1리에서 20여 년 넘게 가마에 불을 지피며 창작활동을 해온 지역의 대표적인 도예가다.


2016년부터 그가 선보이고 있는 ‘어린 왕자’ 연작은 프랑스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고전 명작인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 이건 비밀’이라며 속삭이듯이 아련한(?) 여운이 남는 아름다운 미술품이다.


지난 21일 그를 만나 삶과 작품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 왕자’ 시리즈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는 아이들만이 자기들이 무얼 찾고 있는지 안다는 말이 나온다. 어린 왕자와 도자기의 만남을 통해서 어른들이 잠시나마 아이들의 눈으로 돌아가 우리가 삶에서 진정으로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어린 왕자’ 시리즈를 처음 선보인 곳은 생텍쥐페리의 고향인 프랑스 리옹이었다. 매년 9월에 ‘Tupiniers’ 도자기 축제가 열리는데, 140명의 유럽 작가들을 선정하여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는 축제다. 2016년 경북도예협회가 그곳에 초대되었을 때 특별히 ‘어린 왕자’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다.


-즐겨 하는 작품들의 제작 과정과 작품이 주는 의미를 소개한다면.


△우선 주제를 정하고 디자인이 되면 흙이 가지는 변화무쌍한 물성을 최대한 이용해서 순간의 느낌에 집중하여 표면이나 질감을 이루어낸다. 형태의 변화를 무한히 자유롭게 즐긴다고나 할까? 그래서 작업은 보통 한가지 형태가 아니라 ‘어린 왕자’ 시리즈처럼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 대학원 졸업작품에서부터 시작한 꽃, 바람, 나무, 빛, 시간의 흐름 등은 저의 오랜 테마로 자연의 모습을 형상해 온전히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해 왔다.


-조형토를 주재료로 작업한다. 이유가 있나.


△조형토는 흙의 물성이 좋아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또한 흙 속 샤모트의 거친 성분이 유약 작업에서 자연스러운 변화를 주어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전통과 현대의 미를 동시에 지닌 미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매력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형태나 표면, 질감의 작업도 너무 단순하거나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울 때 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최대한 다양한 기법이나 방법으로 표현하고자 하는데 그 작업 과정이 또한 재미있다. 흙을 찢기도, 던지기도, 늘리기도 그리고 속을 파내기도 하는 작업은 물레 작업의 고요하고 정적인 것과는 다른 것이다.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갔을 때 새로운 한 세계를 얻는 기쁨이 있다.

 


-전문 과정을 제대로 밟은 정통 도예가다. 그동안 활동을 소개한다면.


△계명대학교와 선린대학에서 시간강사를 9년 했는데 학생들과의 수업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롯데백화점문화센터, 흥해종합복지관 문화센터에서 강사로 일해 왔는데 오시는 회원분들이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개별적으로 돕는 수업을 진행해 왔다. 아주 디테일하고 전문적이어서 오랜 숙련을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보통 회원들과 기법을 공유하며 지도하고 있다.

 


-계명대 대학원 도예과를 졸업한 뒤 포항에 정착해 지난 20여 년 동안 150여 회의 각종 전시회를 하셨다.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다면.


△경북도예가협회는 2009년에 창립되어 안동, 경주, 포항, 김천, 고령 등에서 도자기문화축전을 가졌고, 해외 홍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우리 경북의 도자기를 알리는 데 힘쓴다. 국가브랜드위원회 행사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전, 2011년 네덜란드와 수교 50주년 기념으로 퀄컴 시청의 초대전, 일본에서 임진왜란 때 끌려가 현존하고 있는 조선 도공의 후예 6개 가문과 400년 만에 해후하여 아름다운 동행전을 했다. 또 독일 드레스덴 한국문화 페스티벌 초대 등에서 유럽인들에게 경상북도의 도자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


김의숙 도예가의 작품.
김의숙 도예가의 작품.

-시민들을 위한 도자 강의도 하고 있다. 도예 인생에 어떤 도움을 주나.


△제가 알고 있는 것을 필요한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일 것이다. 자기개발을 위해서든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든 도자기 수업에 참여하는 분들이 수업을 통해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저 역시 보람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그분들과 소통하며 저 또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돌아보니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것 같다. 떠밀리지 않고 제가 좋아서 걸어온 길이라 힘들어도 후회하거나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 좋은 작업으로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또 혹시라도 제가 필요한 자리라면 기꺼이 함께 나누고자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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