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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글이 표정속에 나의 다양한 감정 담겨”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1-08-16 20:00 게재일 2021-08-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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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양화가  박선유<br/> ‘뽀글머리 아이’ 그림으로 동화적 표현<br/>  삶과 주변 이야기 소재 작품으로 완성<br/>  경주서 벽화작업·그림책 삽화도 참여<br/>“빠른 시일 내 동화책 출판·전시 하고파”
박선유 서양화가.

“이러나저러나 내일 해는 내일 뜨는 것 아닐까요?”

경주의 서양화가 박선유 작가는 커다란 머리에 짧은 몸통을 한 뽀글이라는 독특한 캐릭터 그림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조금은 우습게 생긴 뽀글머리 아이 덕분에 그의 그림은 보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전해준다. 여기에다 언뜻언뜻 보이는 뽀글이의 다양한 표정 속에선 즐거움 이면에 숨겨진 수많은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시를 좋아하는 작가의 문학소녀 같은 감성 어린 색감과 구도로 그리움을 향한 시선을 동화적으로 표현하는 맑은 그림을 그리는 박 작가를 지난 15일 경주 충효동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감정들까지도 포착해 작업으로 불러들인다. 비결을 소개한다면.

△뽀글이는 늘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듯하지만 제 기분이나 주변 인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그리고 그림 속에 등장하는 작은 뽀글이들은 다중인격이 아니라 복잡한 마음이 들 때 여러 가지 마음이 생기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작은 뽀글이들은 주로 메인 뽀글이의 생각과 마음을 행동으로 대신 보여준다. 중요한 건 그림을 그릴 때 뽀글이한테 감정을 이입해서 그린다는 것이다. 배우가 역할에 몰입하듯 내가 뽀글이가 되는 거다. 그렇다 보니 그림을 그리다가 뽀글이의 표정을 따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신기한 건 그림을 구입해 가신 분들 말씀에 의하면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뽀글이 표정이 달라 보인다고 한다는 것이다. 어떨 땐 자신을 계속 응시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행동의 제약을 받는다고도 한다.

-뽀글이는 작가 자신을 대변하는 캐릭터이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008년 1회 아시아프에 참여했었는데 그때 출품된 부조식 입체작품들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전공은 회화인데 입체 쪽에 관심이 많았고,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회화로도 충분히 입체적인 표현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팝아트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2009년 대학원 1학기 차에 뽀글이가 탄생하게 되었다. 초기엔 현대인과 현대사의 우울한 모습들이 주로 등장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제 이야기 혹은 주변의 가벼운 소재들로 이동해갔다. 뭔가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저와 제 주변인들이 현대인 그 자체라는 걸 발견했다. 우리가 겪어나갈 일들이 역사가 될 것 아닌가.

-작품 제작과 작품이 주는 의미를 소개한다면.

△회화는 한 컷으로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 최대한 함축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게 하는 과정이 작품 제작 시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한 달 이상 선 하나 제대로 긋지 못하고 기다린 적도 있다. ‘일상에서도 힘든 일이 많은데 전시장에서까지 힘들고 싶지 않다’는 지인의 말이 아직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삶에서 늘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보니 무겁고 어두운 소재들도 종종 마주하게 되는데 그래도 관람객 입장에서 부담되지 않게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블랙코미디 같다는 평을 종종 듣는다.

-그동안 가진 개인전과 단체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다면.

△지난 2013년 제주에서의 개인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대 중반 다시 학교에 들어가서 그림을 시작했는데, 서른 중반 제주 전시 이전까지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다. 전시 관련이 아니면 경주를 벗어나질 못했다. 그러다가 제주도 하루갤러리에서 초대전이 잡혔는데 일부러 조금 넉넉하게 일정을 잡아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그 며칠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경주 지역 벽화 작업과 그림책 삽화도 그리고 있다. 어떤 계기였으며 반향이 있었나.

△벽화는 대학 은사님의 소개로 감초깍지길 해국 거리로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서천둔치 벽화를 비롯 대형 벽화작업들을 몇 개 더 하게 되었는데 장점은 주변 분들께 어디 어디 그림을 그린 적 있다고 하면 바로 알아들으신다. 무엇보다 어딘가에 제 흔적이 남아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나고부터는 아이가 엄마 그림이 저기 있다고 하면 좋아해서 산책 겸 종종 구경하러 간다. 예전 독서 모임에서 현대미술에 관련해서 내 작품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만난 인연으로 삽화를 담당해서 함께 책을 만드는 기회도 얻었다. 뽀글이가 등장한다.

-앞으로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어릴 때부터 화가가 꿈이긴 했지만, 동화책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있었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더욱더 마음이 커졌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동화책을 만들고 그 책으로 전시도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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