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수 여론조사
고령은 이태근 전임 군수와 곽용환 현 군수가 잇따라 3선에 성공하면서 지난 23여년을 이끌어 왔다. 때문에 일각에선 ‘고령군수는 한 번 당선되면 3선 연임’이라는 신조어가 나돌기도 한다.
두 단체장의 탁월한 군정수행 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령군 인구가 3만 1천여명이다보니 조직관리가 비교적 잘되고, 변화보다는 안정을 우선시하는 지역민들의 정서도 한몫 했다는 분석도 있다.
고령은 이제 시장 군수 선거가 시작되는 다른 지역과 달리 구도가 어느 정도 잡힌 단계에서 이미 경쟁이 시작된 상태다. 국민의힘 공천을 희망하는 이남철·임욱강·여경동·임영규 등 고령군수 출마자들은 정희용(성주·고령·칠곡) 국회의원과 곽용환 군수가 참석하는 행사에 자주 방문, 얼굴을 내밀며 눈도장을 찍으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곽용환 군수의 행보는 앞으로 관심사항이다. 곽 군수가 현재와 같이 선거에 정중동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나 그렇지 않고 만에 하나 특정인을 지원하거나 민다면 판 자체를 흔들어 버릴 수도 있는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남철, 임욱강, 박정현 3강
본지가 이번에 실시한 국민의힘 고령군수 적합도 조사에서 이남철 전 고령군 행정복지국장 20.7%, 임욱강 전 고령군 기획실장 16.4%, 박정현 경북도의회 의원 14.9%로 나타나 세 사람이 두 자리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경동 전 고령 경찰서장(9.4%), 임영규 전 쌍림면장(8.6%), 박상호 전 특허법원 사무국장(5.1%)은 상위권 후보들을 추격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지층 조사에서는 이남철 전 국장이 23.4%를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에서 임욱강 전 실장(16.4%)을 7%차로 따돌렸다.
다만, 지역별로는 순위 변동이 있었다. 특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일부 출마자는 지역별로 지지율 편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20.7%를 기록한 이남철 전 국장은 대가야읍·덕곡면·운수면에서 31.6%의 지지를 받았으나 성산면·다산면과 개진면·우곡면·쌍림면에서는 각각 12.7%, 12.9%에 그쳤다.
박정현 도의원 역시 성산면·다산면과 개진면·우곡면·쌍림면에서는 각각 22.7%, 15.2%를 기록한 반면 대가야읍·덕곡면·운수면에서는 8.3%에 불과했다.
선두권에 진입한 임욱강 전 실장은 대가야읍·덕곡면·운수면 18.9%, 성산면·다산면 14.8%, 개진면·우곡면·쌍림면 14.3% 등 모든 지역에서 10% 중후반대의 고른 지지를 얻어 눈길을 끌었다.
연령별로는 이남철 전 국장이 3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고, 30대에서는 임영규 전 면장이 가장 높았다.
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예비후보 중 가장 먼저 고령군수 출마 뜻을 밝힌 이남철 전 국장은 비교적 탄탄한 조직력과 인지도를 갖춘 것으로 보여진다. 그는 40여년간 고령에서 공직생활에 몸담았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발전위원회 고령군 지부장, 고령초등학교 총동창회 등 지역활동을 꾸준히 하며 지평을 넓혀왔다. 본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듯 대가야읍·덕곡면·운수면을 제외한 타 지역에서 낮은 지지율만 극복한다면 강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임욱강 전 실장은 상위권에 속해 있지만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번 군수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 41.69% 득표율을 올렸는데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16.4%를 얻는 데 그쳤다. 곽 군수에게 패한 후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 그간 활발하게 지역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이 이번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높은 인지도와 고령군에서 각 실과장을 역임해 공직 전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박정현 도의원은 군수선거에 첫 출전, 14.9%라는 지지율로 선전했다. 제10대 경북도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던 그는 11대 경북도의원 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할 만큼 지역에서 관록과 기반이 두텁다. 다만 남부내륙철도 고령역 유치 무산에 대해 반발하며 곽용환 군수 등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향후 어떤 길을 택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일각에선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2016년 1월부터 1년 6개월여 간 고령경찰서장을 지낸 여경동 전 서장은 퇴직 후 판 발품을 바탕으로 밑바닥 표심을 이번에 입증 받았다. 그는 경찰서장 재직당시 맺었던 인연을 잘 관리해와 예상외 지지세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지역주민들과의 대면활동을 늘리는가 하면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인지도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월 건설과장 등 고령군 공직생활을 마감한 임영규 전 면장은 뒤늦게 군수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나 첫 도전에서 8.6%라는 의미 있는 지지세를 확보, 향후 탄력이 붙을 후보로 꼽힌다. 특히 부친이 제4대 후반기 고령군의회 의장(임병철)인데다 고령 농협 등에서 20년째 근무하고 있는 부인 등 가족들의 기반 또한 탄탄해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많다. 최근 지역 각종 모임과 대소사를 부지런히 챙기며 외연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박상호 전 사무국장 역시 지난달 법원을 퇴임했음에도 5.1%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재직 당시 중앙정치권을 비롯 역내 국회의원 및 광역단체장들과 맺은 인맥 등 폭이 매우 넓은 것으로 알려진다. 인지도 높이기에 발품을 많이 팔고 있다.
이번에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66.4%로, 11.1%를 기록한 민주당에 6배 가까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민심도 그렇다보니 상황이 민주당에서는 뚜렷한 출마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 때도 후보를 내지 못했는데, 내년에도 그럴 개연성이 더 높다.
전체적으로는 국민의힘 공천을 누가 거머쥐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나 공천에 탈락한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설 경우 ‘국민의힘 VS 무소속’ 대결 구도가 한바탕 후근하게 펼쳐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역별로 현안 달라 눈길
차기 군수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될 지역현안으로는 지역별로 다소 편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가야읍·덕곡면·운수면에서는 기업유치(24.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성산면·다산면 주민들은 달빛내륙철도 등 교통망 확충(18.6%)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었다. 개진면·우곡면·쌍림면 주민들은 강소농 육성 등 농가 지원 강화(20.6%)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30대·60대 이상에서는 기업유치, 40대에서는 달빛내륙철도 등 교통망 확충, 50대에서는 지방소멸 대비 인구 유입 대책 마련을 가장 우선시 했다.
여론조사 개요
경북매일신문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주)에브리미디어에서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는 경상북도 고령군의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지난 7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실시됐다. 2021년 5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를 기준으로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 후 유효표본 506명(목표할당 사례 수 : 500명)을 수집했으며, (무선)통신사 제공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4천797명 (SKT : 1천748명, KT : 2천385명, LGU+ : 664명) 및 (유선)3개 국번별 0000-9999까지 무작위 생성 및 추출(RDD)을 통해 피조사자를 선정, ARS 전화조사를 통해 표본을 수집했다. 유무선 전화 비중은 무선이 51.8%, 유선이 48.2%이며, 림가중을 통해 가중치를 적용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 응답률은 6.7%(무선 8.3%, 유선 5.6%)이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전병휴·박형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