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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종(晩鐘)

등록일 2021-07-05 18:24 게재일 2021-07-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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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찬 규

구부린 등은 종이었다

해질녘,

구겨진 빛을 펼치는

종소리를 듣는다, 한 가닥

햇빛이 소중해지는

진펄밭 썰물 때면

패인 상처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호밋날로 캐내는, 한 생애

쪼그린 아낙의 등 뒤로

끄덕이며 끄덕이며 나귀처럼

고개 숙이는 햇살

어둠이 찾아오면, 소리없이

밀물에 잠기는 종소리

썰물 따라 나가 개펄을 뒤적여 조개를 캐는 아낙네는 시인의 말처럼 호미로 자신의 생을 캐고 있는 것이리라. 왜 시인은 그녀의 굽은 등을 종이라 표현하고 있을까. 고단하고 힘겨운 어촌의 삶이지만 담담하고 묵묵히 구겨진 빛이지만 빛을 캐고 있는 여인, 그 빛이 작은 희망의 종소리로 개펄 위로 밀물 위로 번져간다는 시인의 발상이 이채롭기 그지없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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