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택 수
언젠가 구겨진 선처럼 내몸에도 깊은 주름이 패이면,
돌아갈 수 있을까 저 생생한 한 그루 아래로, 돌아가신 당신을 쏙 빼닮았다는 등허리를 아름드리 둥치에 지긋이 기대어볼 수가 있을까
(중략)
한줌의 뼈를 뿌려주기 위해, 좀더 멀리 보내주기 위해, 제 몸에 돋은 이파리를 쳐서 바람을 불러일으켜주는 한 그루, 바람을 몰고 잠든 가지들을 깨우며 생살 돋 듯 살아나는 노래의 그늘 아래서
발치에 고단한 생을 마감하고 한 줌 가루로 다가온 영혼을 따스하게 품어주며 풍성한 안식의 그늘을 펴주는 느티나무처럼 살아가겠다는 시인의 겸허한 삶의 자세를 읽는다. 고독한 타인을 위해, 지치고 상처받은 자들을 위해 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제 몸에 돋은 이파리를 쳐서 바람을 불러일으켜주는 느티나무처럼 시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