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응 인
뒷밭을 볼 때마다
명아주대가 더 늘었다
목을 뽑아올리던 상추는
그새 꽃을 피웠다
아침이면 멧비둘기 내려오고
찌르레기 짝지어 논다
삽자루 그러쥐고 밭둑에서 졸던
할아버지 자전거만
통 소식이 없다
뒷밭에 온갖 생명체들을 일으켜 세우고 불러오던 할아버지의 죽음은 생명의 순환으로 읽는 시심이 깊고 그윽하다. 뒷밭에 무성하게 일렁이던 생명체들처럼 할아버지에게도 그런 푸르른 청춘의 시간도 있었고 듬직한 중·장년의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우주적 순환의 논리인 탄생과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질서에 순응해야만 하는 쓸쓸하고 연약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주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