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경 림
최신 전자제품장수와 싸구려 기성복장수가 다투어 목청을 높인다.
어떤 장꾼은 아침부터 시비만 하고, 어떤 장꾼은 종일 커피전문점만 들락인다
전대를 가득 돈으로 채우고도 소주릅은 볼이 부었고
시금치 바구니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도 등 굽은 할머니는 천하태평이다
생김새도 사는 것도 각양각색이라, 언청이와
혹부리가 길이 다르고 꿈이 다르듯, 그러다가도
문득 국밥집에 들어와 석유난로에 얹는 손들을 보면 닮았다
쭈그러진 손등의 주름이 같고, 손바닥에 박힌 못이 같다
주름과 못 속으로 팬 깊고 푸른 상처가 서로 닮았다
시인은 장터에서 만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펼쳐보이고 있다. 그들이 외양도 살아온 내력도 욕망도 각기 다르지만 국밥집 석유난로에 얹는 손들은 하나같이 다 닮아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험난한 세월을 헤치며 살아온 삶의 흔적이 손등에 주름져 있기 때문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