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윤 학
그는 안에서 긁혀 있었다
그 상처 때문이었지
들여다보는 사람 얼굴도 긁혀 있었다
깨뜨리고 들어갈 수 없는 벽
깨뜨려도 소용없는 벽
그는 긁힌 속을 들여다보았다
들어가 숨기 불가능한 공간
들어가 숨기 쫍쫍한 공간
들어가 살기 위하여
그는 앞으로 당겨 앉았다
그는 거울 속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과거에 살았던 사람
순간의 냉기가 그에게로
거울에게로 전해졌다
그는 번번이
거울에게 등을 보여줬다
시인 이상의 ‘거울’이라는 시와 꼭 닮은 시다. 거울 속의 자아와 거울 밖의 자아가 분열되어 일치되지 않음을 털어놓고 있다. 번민과 상처가 깊이 새겨진 거울 속의 자아를 인식하며 견딤과 기다림을 통해 이러한 분열된 자아를 치유하려는 시인의 내면을 읽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