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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에 달린 거울

등록일 2021-06-07 19:43 게재일 2021-06-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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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윤 학

그는 안에서 긁혀 있었다

그 상처 때문이었지

들여다보는 사람 얼굴도 긁혀 있었다

 

깨뜨리고 들어갈 수 없는 벽

깨뜨려도 소용없는 벽

 

그는 긁힌 속을 들여다보았다

들어가 숨기 불가능한 공간

들어가 숨기 쫍쫍한 공간

들어가 살기 위하여

그는 앞으로 당겨 앉았다

그는 거울 속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과거에 살았던 사람

순간의 냉기가 그에게로

거울에게로 전해졌다

 

그는 번번이

거울에게 등을 보여줬다

 

시인 이상의 ‘거울’이라는 시와 꼭 닮은 시다. 거울 속의 자아와 거울 밖의 자아가 분열되어 일치되지 않음을 털어놓고 있다. 번민과 상처가 깊이 새겨진 거울 속의 자아를 인식하며 견딤과 기다림을 통해 이러한 분열된 자아를 치유하려는 시인의 내면을 읽을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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