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우 식
울어도
제 눈물을 보지 못하는
사람의 어두운 몸을 본다
나는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햇빛 받으며 피어나는 나팔꽃
햇빛 가득한 그 꽃잎
한 조각이 되어서라도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바람 속의 별빛
혹은 달빛이 되어서라도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아니, 그도 저도 안 되면
햇빛 벌레가 되어서라도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울어도
제 눈물을 보지 못하는
사람의 어두운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내 몸을 구부려 따뜻하게 감싸면서
천년을 더 그렇게
어쩌면 우리는 시인의 말처럼 울어도 제 눈물을 보지 못하는 존재인지 모른다. 우는 나를 볼 수 있는 것은 타인이다. 시인은 타인을 위해, 타인의 삶에 환하게 불을 켜주고 싶다고 고백하고 있다. 남을 위해 끝없이 베풀며 살겠다는 인생관이 묻어난다. 시인의 이타적 생을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