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정 권
옷을 잔뜩 껴입고 사는 여자가
모임에 나오곤 했었지
어찌나 많은 옷을 껴입고 사는지
비단을 걸치고도 추워하는 조그마한 중국여자 같았지
옷을 잔뜩 껴입고 사는 그 여자의 남편도
모임에 가끔 나오곤 했었지
남자도 어찌나 많은 옷을 껴입고 사는지
나온 배가 더 튀어나온 뚱뚱한 중국남자 같았지
그 두 사람 물에서 건지던 날
옷 벗기느라 한참 걸렸다네
이 시는 여러 껍질을 벗겨내는 양파를 들어 인생의 삶과 죽음을 읽어내고 있다. 삶이란 수많은 옷을 껴입는 것이며, 죽음이란 양파를 벗기듯 그 껴입은 옷을 하나씩 벗어버리는 것이다. 소유의 욕망으로 켜켜이 껴입어 무거운 우리네 한 생도 죽음에 이르러서는 그 거추장스러움을 벗고 빈 손 빈 몸으로 떠나는 것은 아닐까. 생을 관조하는 시인의 깊은 눈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