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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에서 쓰다

등록일 2021-05-19 20:05 게재일 2021-05-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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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동 확

나는 이곳에서

이제 영웅들의 광기를 찾지 않으련다

그리고 다시 빵에 피가 묻은 것도 원치 않으련다

다만 늙어 버린 유태 청년처럼 탄식하며

그 중심에 떨고 있는 순수한 기쁨의 형질

잃어버린 청춘의 신비를 되찾으련다

결국 하나이니까

나의 안에서도 온 백성에게 자유를

행여 나의 밖에서도 모든 이에게 축복을….

그러나 난 공개적으로 평화를 옹호하지 못했다

그래서 때때로 이 거리에 와

난 눈물이나 흘리는 것일까

그대여

여기서 영원함을 얻으려면 부활을

끝까지 꿈꾸지 말고 지나가라

여기서 초월을 찾으려면

그 주검들을 묻고도 태연한 무등을 보라

그러면 쉽게 반격할 수 없는 구호

(….)

1980년 5월 광주 금남로는 엄청난 참극이 벌어진 현장이다. 시인은 그 도륙의 현장에서 받은 충격과 분노를 안고 늙은 유태 청년처럼 살아가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무참히 짓밟힌 청춘의 시간들이 잊혀지거나 지워지는 게 아니라 의식 속에서 끝없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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