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삼 영
귀가 순한 양떼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오후
목장에는 평화가 가득하다
청명을 풀어헤친 바람은
바다로 흐르고
만추의 백사장엔
물새 떼 콕콕
젖은 햇살을 쪼고 있다
그리운 것들은
발자국으로 따라오고
조개껍질에 갇힌 시간은
묵상에 잠겨 고요하다
만추의 모래밭에서 만난 물새 떼를 응시하며 시인은 그 평화경 속에서 깊은 묵상에 빠져들고, 그리운 것들을 뜨겁게 호명하고 있음을 본다. 개신교 목회자이기도 한 시인이 열망하는 절대자의 평화가 조개껍데기 같은 갑갑한 현실에 갇히고 봉쇄되어버렸다고 말하며 진정한 해방과 자유와 행복은 욕망으로 일렁거리는 자신을 내려놓고 묵상에 드는 것이라고 역설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