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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등록일 2021-02-22 19:55 게재일 2021-02-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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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숙

뼈대 없이

옮겨 다니는 건


살이 닳는 고통뿐이다


걸친 것 없는 한 몸뚱이를


세상이 먼저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나를 가려주는 건


한두 겹옷, 헐렁한 집뿐이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집채만 한 체면과도 늘 동행이다


내가 들통나지 않는


허술한 그늘 속에 돌아누울 때


때때로 꿈꾼다


작열하는 저 태양 속으로 뛰쳐나가


내 온전한 살 뜨겁게 달아오르며


목숨의 한때를 맛있게 굽고 싶다


바람에 흐느적거리는 저 잡풀같이


달팽이는 딱딱한 껍질의 집을 메고 평생을 그늘 속에서 느리고 갑갑한 한 생을 살다 간다. 어쩌면 우리네 한 생도 달팽이 같은 삶은 아닐까. 살면서 겪는 세상의 질곡을 오롯이 보듬고 묵묵히 생의 끝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나약한 존재일지 모른다. 존재 성찰의 겸허한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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