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주민 ‘사격 중단’ 집단 고충민원 제기에 권익위 조정절차 착수<br/>국방부, 조정기간 중 계획된 훈련 전격 취소… 민·군 갈등 해결 기대
국민권익위원회가 군(軍)의 일방적인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민권익위원회 집단민원 조정 준비회의에서 국방부는 국민권익위가 제안한 ‘조정기간 중 헬기 사격 중단’에 최종 동의했다. 이에 따라 약 한 달간 포항 수성사격장에서 진행될 계획이었던 헬기 사격이 무기한 멈춘다.
국민권익위는 아울러 이날 회의를 기점으로 포항장기수성사격장 고충민원에 본격 착수하기로 했다. 민원 접수 후 이틀 만에 분쟁지역을 방문,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한 국민권익위가 1년여 기간 이어진 민-군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해결사로 분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이날 오후 세종시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주재로 마련된 회의에는 포항시 남구 장기면민들로 구성된 포항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와 국방부 차관, 해병대 1사단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포항에서 국민권익위 안준호 고충처리국장이 포항을 방문, 국방부 관계자와 주민들이 만난 이후 두 번째 자리였다. 지난달 19일 반대대책위는 국민권익위에 포항수성사격장과 관련해 집단 고충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회의석상에서는 훈련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고성이 수차례 울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국방부는 이달 4일부터 약 한 달간 포항시 남구 장기면 소재의 수성사격장에서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 훈련을 실시하기로 하고, 사격장 소재지 주민들에게 훈련 개시 일주일 전에 통보했다.
당시 주민들은 “‘주민들과 협의 없이는 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국방부가 뒤통수를 쳤다”고 분개, 훈련 당일 ‘국방부장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이라고 적힌 상여를 사격장 앞에서 불태우고, 훈련 저지를 위해 사격장 내부까지 진입하는 등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민권익위 역시 이번 조정과 관련해 어떠한 찬·반 입장표명 없이 십수일간 ‘침묵’했던 국방부가 돌연 실사격훈련을 실시하기로 하자 상당히 불쾌해했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국방부와 주민들 모두 국민권익위의 조정 착수에 동의하면서 당장 9일로 예정된 2일차 훈련은 취소됐고, 국민권익위의 중재안이 발표될 때까지 국방부는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 훈련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양측의 동의를 얻은 국민권익위는 절차에 따라 주민들의 피해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한 현장 방문을 진행한다. 아울러 현안과 관련된 국방부와 해병대 등 기관들로부터 실제 피해 사례 등 증거자료를 수집해 들여다볼 계획이다. 사격장 폐쇄 등 문제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 검토할 방침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국방부와 주민들, 서로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조정안을 찾아내야 하는 게 국민권익위의 일”이라면서 “시기는 최대한 빨리 앞당겨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민권익위는 불합리한 행정제도로 인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부담을 주는 사항의 제도개선과 다수인 관련 갈등사항에 대한 중재·조정을 할 수 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