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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

등록일 2020-09-01 19:56 게재일 2020-09-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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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수많은 이변 속에 ‘동동팔월’이 지나갔다. 긴 장마에 폭염과 태풍, 코로나19 재확산과 비토 세력 집회 등으로, 되풀이되는 자연 재난의 상흔은 깊어졌고 국민들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동동거리며 계속되고 있다. 존재하는 그 모든 것들은 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자연 앞에서는 더욱 겸손한 자세로 지혜를 모으고 인간사회에서는 다양성의 조화 속에 배려와 신뢰의 마음을 재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번잡하고 요동치는 가운데서는 무슨 생각을 모으거나 어떤 일들을 도모하기가 만만찮을 것이다. 아전인수격의 우격다짐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는 자칫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늘 명심해야 한다.

세상이 복잡하고 주위가 시끄러울수록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루 종일 해야할 일들이 많고 만나야 할 사람들도 수두룩한데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란 좀처럼 쉽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때에 따라선 정말 아무도 만나지 않고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몰입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마음의 평온함과 함께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거나 해결의 실마리가 풀려지기도 할 것이다. 가령 혼자서 들길을 거닌다거나 산이나 강, 바다나 언덕을 찾아 조용히 사색을 하며 관조(觀照)하듯이 명상에 잠기다 보면 한결 마음이 넉넉해지고 개운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실제로 1년에 두 차례 ‘생각 주간(Think Week)’을 정해 혼자 조용한 곳에 처박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만 집중한다고 한다. 그러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깊은 생각에 빠져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잡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며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또한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칭하는 프랑스의 후기 인상주의화가 폴 세잔은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해 독자적인 화풍을 개척했다. 그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깊은 사색을 통해 전통적 회화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제시한 곳도 미술의 변두리였던 한적한 프로방스 지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쁘고 일들이 많아선지 스스로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선뜻 내주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틈만 나면 TV를 본다거나 하루 종일 SNS를 통한 소통을 하며, 세상의 흐름에 자신만이 소외될 것 같은 막연한 불안함과 정보나 화제를 놓칠 것 같은 강박감으로 잠시라도 혼자 가만히 내버려두지를 않는다. 이른바 ‘포모현상’에 찌들어가는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을 안보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이 평균 50초라 하니, 혼자만의 시간을 찾아가는 길은 요원하기만 한 듯하다.

시대가 각박할수록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조용히 앉아 마음을 살피는(獨坐觀心) 일이 중요하다.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 과거의 경험을 진지하게 돌아보며 반성하고, 현재의 일들을 골똘히 생각하면서, 미래에 있을 법한 일들을 심사숙고하다 보면 마음의 고요 속에 뭔가 비춰지고 발견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마음의 고요는 평정심(平靜心)이며 홀로 조용히 있을 때만이 자신의 중심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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