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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라 라

등록일 2020-08-25 18:48 게재일 2020-08-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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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저녁

은행나무엔 오늘도 잎이 돋지 않는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은 끝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저녁 내내 은행나무 주위를 떠돌다

간혹 시를 생각했다

스러진 계절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자꾸 생각하다 보니

어둠에도 산 것과 죽은 것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두 팔을 최대한 높이 들고 은행나무 가지를 흔들었다

후두두룩 떨어져 아무렇지 않은 척 걸어가는 어둠들

끝내 매달린 것은 살기를 희망하는 죽은 것들이었다

시인은 잎이 돋지 않는 은행나무를 보며 기다림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불임의 은행나무를 생각하며 시를, 스러진 계절을 생각하며 어둠 속에서 존재와 부재, 삶과 죽음 같은 풀리지 않는 명제들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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