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 쉬쉬하던 과거와 달리 극복 분위기 형성으로 거부감 낮아져 최근 6개월 복지부 상담건수 총 37만건… 작년 한 해 35만건 넘어 포항시 남·북구 정신건강복지센터 “20대 가장 적극적으로 임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은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2월초부터 8월초까지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실시한 코로나 관련 우울증 상담건수는 총 37만4천222건으로, 작년 한 해 기록(35만3천388건)을 6개월 만에 넘어섰다. 코로나 사태가 반년 넘게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우울감을 느끼거나 우울증 증세를 겪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포항시민들도 ‘코로나 우울’에 시달리고 있다. 19일 포항 남·북구보건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상담을 받은 시민은 총 482명이다. 시민 한 명이 여러 차례에 걸쳐 상담을 받기 때문에 실제 상담건수는 실인원의 두 배 이상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9년(1천180여명)보다 상담 인원이나 건수가 크게 늘거나 주는 등 증감폭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상담연령층 조사에서 20대가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주로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불안감, 감염예방을 위한 외출 자제 등으로 침울한 분위기에 느끼는 우울감을 전문가에게 털어놨다.
센터 관계자는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라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령층이 특히 활동에 제약이 많다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며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가족 등 주변의 권유가 아니면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방법을 알지 못해 증상을 방치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본다. 반면, 청년들은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고 말했다.
남구보건소 정말선 정신건강팀장은 “올해 진행된 우울증 관련 상담은 대부분 코로나와 관련된 내용”이라며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더라도 증상을 가볍게 여기거나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감염병 유행을 계기로 ‘코로나 우울’을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기회로 여긴 20대 청년층들이 생애 첫 상담을 받는 등 스스로 방법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의료계에서도 “전체 환자 중에 ‘코로나 우울’로 내원하는 환자들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느끼는 불안이나 고립감, 우울감이 자연스러운 감정인 것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7월 1일부터는 정신요법 건강보험 수가 개편과 본인부담 완화정책 시행으로 정신과 진료비가 최대 40%까지 낮아진 점도 상담실 문턱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정신과 진료실에서 상담한 내용은 비공개·보안 상태로 관리된다. 개인정보나 상담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포항 하나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태현 원장은 “우리나라는 13년째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국가이면서, 항우울제 사용률은 세계 최하위권에 속한다. 그만큼 정신과를 안 찾는다는 뜻”이라며 “우울증을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일컫지만, 감기도 사람에 따라 폐렴으로 번지는 것처럼 우울증도 취약한 사람이 분명히 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 시기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