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황금연휴도 코 앞인데… 포항 숙박업소 ‘썰렁’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0-04-22 20:22 게재일 2020-04-23 6면
스크랩버튼
지역 게스트하우스·호탤·모텔 등 코로나 19 장기화로 ‘휘청’
앱 홍보비에 관리비까지 한달 발생 적자만 수백만 원 달해
확진자 다녀간 업소는 동선 공개돼 항의전화에 시달리기도
“도대체 언제쯤이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포항시 북구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20년 동안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 온 권가빈(60·여)씨가 한숨을 내쉬며 토해낸 말이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권씨는 “주중에는 손님이 단 한 명도 없고, 주말에는 많아야 두 명 정도다. 매출도 3분의 1로 줄었다”며 “게스트 하우스는 모르는 사람과 함께 방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혹시나 같은 방을 쓰는 사람 중에 균을 가진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손님들이 이용을 자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손님의 90% 이상이 스마트폰 앱을 보고 찾아오는데, 지금 손님을 오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앱을 통한 홍보다. 그 비용이 월 200만원을 넘는다”며 “앱 홍보 비용과 관리비를 내면 적자다. 그냥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내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포항지역 숙박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로 접어들면서 공실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터널’에 업주들의 근심은 커져만 가는 상황이다. 보통 1년 중 3∼4월은 대학생들의 단체모임(MT) 등으로 해마다 꾸준한 수요가 발생한다. 여름 휴가철만큼은 아니더라도 숙박업계에서는 준성수기로 통한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수요가 완전히 끊겨 버렸다.

숙박업체들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로 인해 오는 30일 석가탄신일부터 다음 달 5일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의 특수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구 환여동에서 팬션을 운영하는 김미래(61·여) 씨는 “지난 2월 16일 이후로 팬션을 찾아온 손님이 한 명도 없다”며 “지금쯤이면 5월 말까지 주말 예약이 꽉 차 있어야 하는데, 반대로 4월 말까지의 예약이 모두 취소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맘때 포항지역에서 철인 3종 경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면서 손님들의 예약 전화로 정신없을 때인데 이렇게 파리만 날리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하다”며 “마지막 희망인 불꽃 축제 기간 전까지만이라도 코로나가 진정 됐으면 좋겠다”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한 업소는 ‘주홍글씨’가 찍히며 더욱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해당 업소는 확진자가 방문한 후 당국으로부터 철저한 방역을 받았고, 자체적으로 매일 소독을 진행하고 있지만 ‘확진자가 다녀간 업소’라는 인식이 시민들에게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텔을 운영하는 김모(52·남구 상도동)씨는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손님들에게 제대로 방역된 게 맞기는 하냐는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이 낙인이 지워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행정 당국에서도 코로나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힘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