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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고통이다

등록일 2020-03-08 19:36 게재일 2020-03-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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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시인
김현욱 시인

위빠사나붓다선원장 김열권 법사의 책 ‘보면 사라진다’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거사님, 무엇이 고통입니까?” “생각이 고통입니다.” 생각이 고통이라니? 이게 무슨 말일까?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모든 진실을 부정하더라도 인간이라면 부정할 수 없는 마지막 명제가 ‘생각과 존재’라고 여긴 것이다. 반면에 인류의 영적 스승이라 불리는 틱낫한 스님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어느 강연에서 말했다. 생각을 바라보는 관점이 이렇게 다른 것은 무슨 연유일까? ‘생각’이란 말은 일상에서 자주 쓰이지만 생각이 판단, 인식, 기억, 관심, 마음, 상상, 느낌, 의견, 의지, 분별, 욕구 등으로 두루 쓰이는 줄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 모든 것들은 조건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면서 존재(想)가 되기도 하고 고통(苦)이 되기도 하고 무아(無我)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누구도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전현수 박사의 ‘생각 사용 설명서’에 따르면, 명상 수행자들은 수행 중에 생각의 정체를 알게 된다고 한다. 내 마음대로 생각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닌 것이다. 생각은 그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건에 따라 떠올랐다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각을 내 마음대로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은 보통 큰일이 아니다.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윌리엄 제임스는 ‘비가 온다’를 ‘It rains’, ‘바람이 분다’를 ‘It winds’라고 하듯이 생각도 ‘I think, You think’하면 안 되고 ‘It thinks’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각의 실체를 정리하자면, 나는 생각한다가 아니라 생각은 떠오른다, 생각이 난다가 옳다.

그렇다면 생각은 어디서 어떻게 떠오를까? 마음수련 단체에서는 마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기억’이라고 답한다. 컴퓨터로 치면 저장장치에 기록된 모든 것들이 ‘마음’이고 그것이 조건에 따라 ‘생각’으로 떠오른다.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저장되어 있지 않으면 떠오를 수가 없다. 전현수 박사는 ‘입력된 것이 우리다’라고 말했다. 눈은 사진기, 귀는 녹음기가 되어 태아 때부터 우리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그것이 ‘나’를 이룬다. 그중에 부정적인 생각은 떠오르는 힘이 가장 강하다. 화, 상처, 미움, 원망, 걱정, 불안,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은 불꽃처럼 강렬하게 솟구쳐 오르는 특징이 있다. 이런 생각은 대부분 과거와 미래에 대한 것이다.

코로나 19 관련 뉴스나 기사를 접할 때마다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은 분명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어떤 생각은 평생 동안 한 인간의 삶을 짓누르기도 한다. ‘생각이 고통이다’란 말은 생각과 정신적 고통은 깊은 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생각이 많으면 결코 편안하지 않다. 우울증, 강박증, 불면증도 생각이 많아서 생기는 정신 질환이다. 생각을 줄이거나 멈추면 편안해 진다. 방법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명상은 한 마디로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명상으로 현재에 집중하기 딱 좋은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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