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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질(怪疾)과 면역(免疫)

등록일 2020-03-05 18:56 게재일 2020-03-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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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br /><br />시조시인<br /><br />
김병래시조시인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괴질(코로나19)의 불똥이 우리나라에도 튀어 무섭게 번지고 있다. 전염병은 화제와 같아서 초기진압이 급선무인데 정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원성이 높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에서 집중적으로 감염자가 확산되는 바람에 의료시설의 부족으로 확진자들까지 자가격리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 한다. 이미 사스(SARS)와 메르스(MERS)를 겪어보아서 처음이 아닌데도 방역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 같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염병은 인류의 가장 큰 재앙 중 하나였다. 기록에 남은 첫 전염병은 기원전 430년 경 아테네를 휩쓴 역병으로 아테네 인구의 1/4이 사망한 걸로 나와 있다. AD165~180년 사이 로마제국에 유행했던 천연두로는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비롯해 500만 명 이상이 숨졌고, 역사상 가장 악명이 높은 전염병은 14세기에 유럽을 휩쓴 흑사병인데 유럽에서만 7천5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당시 중국에서도 흑사병이 돌아 중국 인구의 30%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대륙에 퍼뜨린 천연두로는 2천만 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20세기의 가장 무서운 전염병인 에이즈(AIDS)는 세계적으로 3천600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는 통계다.

한반도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삼국사기에도 전염병에 대한 기록이 적지 않고, 조선왕조실록에는 역질에 관한 기록이 200여 건이나 실려 있다. 특히 영조(英祖)대에는 1733년에 전라도에 역질이 유행해서 2천81명이 사망했고, 1741년에 관서지방에 역질이 들어 3천700명, 1750년에는 전국에 역질이 유행하여 6천200명이나 죽었다. 현대에 와서는 3·1운동 시기, 2차대잔 말기, 6·25전쟁 때 등 3차에 걸쳐 전염병이 크게 유행했으며, 근년에는 2003년에 사스(SARS), 2015년에 메르스(MERS), 그리고 지금 번지고 있는 코로나19 등은 모두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치료약이 없는 괴질의 경우 대개는 저절로 낫는다. 몸속의 면역체계가 병원체를 물리치는 것이다. ‘생물이 감염이나 질병에 대항하여 병원균을 죽이거나 무력화 하는 작용, 또는 그 상태’를 면역(免疫)이라 하는데,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선쳔면역과 예방접종 등을 통해 얻는 후천면역이 있다. 평소에 건강한 면역체계를 가진 사람은 감염이 되어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지만 그렇지 못하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괴질이 돌면 감염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동시에 과로나 스트레스 등으로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공포감을 갖는 것도 면역력 저하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몸의 병뿐 아니라 정신의 병에도 면역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인문학적인 소양을 쌓아 마음을 넉넉하게 하고 부단한 자기성찰로 탐욕과 아집과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신면역을 키우는 기본일 것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란 말이 있지만, 정신의 건강이 몸의 면역력을 증진시킨다고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지나친 우려나 두려움 보다는 저마다 몸과 마음의 면역력을 점검해보는 기회로 삼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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